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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도, 운동해도 힘든 비만 치료 '약물이냐 수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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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도, 운동해도 힘든 비만 치료 '약물이냐 수술이냐'

입력
2015.04.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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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빅, 체중감량 효과 더불어 부작용 적어 공식 치료제 인정

BMI 35이상·30이상 동반 질환자, 고도비만 해당… 수술 치료 적합

잘 알려진 위밴드술 안전성 논란, 위우회술·소매절제술 효과 탁월

최근 열린 대한비만학회의 비만치료 공청회에서 다양한 약물을 통한 비만 치료를 주장하는 내과 의사들과 위소매절제술 등 수술 치료를 권하는 외과 의사들이 맞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열린 대한비만학회의 비만치료 공청회에서 다양한 약물을 통한 비만 치료를 주장하는 내과 의사들과 위소매절제술 등 수술 치료를 권하는 외과 의사들이 맞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만은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불릴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비만 및 과체중 인구가 21억 명(2013년 기준)일 정도다. 체중이 늘수록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같은 만성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국내에서도 비만으로 인한 진료비가 2007년 1조8,971억원에서 2008년 2조원을 넘어섰고, 2011년 2조6,919억원으로 연평균 9.1%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11년만 봤을 때 비만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규모는 전체 진료비의 5.8%나 됐다.

하지만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란 인식은 저조하다. 이 같은 비만의 치료 방식을 놓고 외과의사와 내과의사가 열띤 논쟁을 벌였다. 대한비만학회(이사장 유순집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지난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최적의 비만 치료공청회: 베리아트릭 수술과 약물 치료’라는 주제로 연 춘계 학술대회에서다.

“효과 좋은 비만 치료제 대거 나와”

비만의 기본 치료법은 식사, 운동, 행동수정 요법이다. 약물 요법은 이들의 보조적인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체질량지수(BMIㆍ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이면 식사 치료, 운동 치료 및 행동치료와 함께 약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BMI 25㎏/㎡ 미만이라도 복부 비만이 있거나, 심혈관계 합병증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면 생활습관치료와 함께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약물로 비만을 치료하는 내분비내과 교수들은 이날 비만학회 학술대회에서 “비만은 다양한 질환까지 동반돼 의사들의 입장에서 고치기 힘든 질환의 하나”라며 “하지만 최근 효과 좋은 약물들이 대거 나와 의사 입장에서 굉장히 힘이 난다”고 했다.

오승준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허가 받은 비만치료제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을 비롯해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 컨레이브,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빅토자(리라글루티다)와 릭수미아(릭시세나타이드) 등의 체중감량 효과를 소개하면서 “이들 약은 1년 복용 시 3~10㎏의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범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치료제 벨빅은 체중감량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이 적어 안전한 약”이라고 했다. 생활습관 교정을 기본으로 한 한국인의 비만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학회에서는 일명 ‘살 빠지는 당뇨약’이라고 불리는 SGLT-2억제제가 당뇨병 환자가 많이 가지고 있는 비만과 고혈압까지 치료한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노정현 인제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치료제인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는 것과 함께 체중도 감량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했다.

비만에 새로운 치료제가 많이 나왔더라도 해도 현재 공식적으로 밝혀진 비만치료제는 벨빅 뿐이다. 나머지 DPP-4 억제제(트라젠타ㆍ자누비아ㆍ네시나), SGLT-2 억제제(포시가ㆍ슈글렛정), TZD 계열(액토스ㆍ듀비에)은 제2 당뇨병 치료를 위해 출시된 것이기에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가 적어 아쉽다는 지적이다.

“고도 비만은 수술이 적격”

서구에서는 BMI 40㎏/㎡ 이상이거나 BMI 35㎏/㎡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에 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육량은 적지만 지방이 많고 내장 비만과 복부 비만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체중 증가에 따른 합병증이 잘 발생하므로 BMI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을 가진 경우에 수술을 권하고 있다. 또한 비만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 청소년 고도 비만에서는 비침습적인 치료가 실패하고 성장이 끝났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허윤석 인하대병원 외과 교수는 “비만 수술이 고도 비만이거나 고도 비만이 동반된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데 적격”이라고 했다.

비만 수술로는 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 위밴드술, 담췌전환술과 복강경을 이용한 비만 수술 등이 있다. 허 교수는 “대부분의 비만 수술은 전 세계 모든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을 만큼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며 “다만 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은 고도 비만부터 정의하고 있어 내과 분야(약물 치료)와 크게 겹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 등을 검색해보면 비만 수술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부분 위밴드술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효과도 낮고, 안전성의 논란이 있어 미국에서도 시행되지 않고 있는 수술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만 수술에서 가장 효과가 높은 방법은 위우회술(위를 소장에 연결하는 수술)과 위소매절제술(위를 소매 모양으로 잘라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이다. 이들 수술은 ‘비만 수술의 왕좌’로 불릴 정도로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없어 국내에서만도 2012년 1,339건이 이뤄질 정도다.

허 교수는 “문제는 수술법에 대한 인지도가 지금은 권고되지 않는 위밴드술이 더 높고, 위우회술과 위소매절제술에 대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데 이는 학회 측의 책임이 크므로 반성해야 한다”며 “비만 수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임상에 도입한다면 비만 수술은 고도비만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수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도 “비만 수술을 받은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 후 5년 내 사망률은 수술 받지 않는 고도비만 환자보다 89%나 낮다”고 했다. 즉 고도비만 수술은 실보다 득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비만의 정도

비만의 정도는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BMI)를 기준으로 5단계로 분류한다. BMI가 18.5 이하면 저체중, 18.5~23은 정상, 23~25는 과체중, 25~30은 비만, 30~35는 고도비만, 35이상은 초고도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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