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올라선 마운드. SK 베테랑 투수 채병용(33)이 돌발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완벽한 투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채병용은 16일 인천 넥센전에서 외국인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가 타구에 맞아 몸을 급하게 풀고 2회부터 나가 6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1㎞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 존 구석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제구력으로 넥센 강타선을 꽁꽁 묶었다. 총 투구 수는 65개에 불과할 만큼 정확하고 공격적인 투구였다. 만약 끝까지 던졌더라면 팀 노히트 경기를 완성시킬 법도 했지만 8회부터 마운드를 박종훈에게 넘겼다.
팀의 10-0 완승에 큰 힘을 보탠 채병용은 “퍼펙트를 의식하기 보다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해 던졌다”며 “볼넷이 없도록 제구에 집중했고, 포수 정상호가 리드를 잘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채병용의 혼이 담긴 6이닝 퍼펙트 역투를 봤던 김용희 SK 감독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정상호의 생각은 어땠을까.
◇김용희 감독 “선발로 등판했으면 말이지….”
투수가 1년에 한번 공이 긁힐 날은 분명히 있다. 어떤 공을 던지더라도 포수의 사인이 난대로 미트에 꽂히고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채병용 또한 직구를 비롯한 투심, 슬라이더, 포크, 커브 등이 기가 막히게 통했다.
선수로서는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다하고 싶었지만 김용희 감독은 냉정했다. 그는 “당초 70개를 한계 투구 수로 봤다”며 “선발로 던졌던 선수가 아니라 중간에서 던져 70개를 뿌릴 때와 90개를 던질 때는 다를 수 있다. 만약 선발로 나갔더라면 계속 던지게 놔둘 수도 있었는데 다음 경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채병용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정상호 “이날 페이스라면 끝까지 던졌어도 좋은 결과를…”
채병용은 모든 공을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춘 정상호에게 공을 돌렸다. 채병용의 감사 인사를 전해들은 정상호는 “투수가 워낙 잘 던졌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상호가 보는 채병용은 어떤 상황이든 믿고 맡길만한 투수다. 워낙 현장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라 특별히 내가 해줄 말 없이 편하게 던지라는 말만 했다”고 웃었다.
정상호는 채병용의 공을 받고 난 뒤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던지는 모든 볼이 좋았다. 슬라이더, 투심 등이 사인을 내는 대로 족족 들어왔다. 오늘 같은 페이스라면 끝까지 던졌어도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지금보다 중요한 건 9월 이후 시기”라며 “코칭스태프가 시즌을 길게 보고 채병용을 마운드에서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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