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100만원 이상 기부자 명단
11명이 500만원씩 후원금 입금
직업은 모두 회사원으로 기재
李 "충남ㆍ대전 사는 분들일 것"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생전 증언이 이 총리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 사실일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의혹에 대한 이 총리의 해명이 시시각각 바뀌는 등 석연찮은 점 투성이인 데다, 돈을 주고 받았다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상당히 구체적인 증언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그렇다면 문제의 3,000만원은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이와 관련, 정치권 등에서는 ‘쪼개기 입금’을 통해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한 시점은 2013년 4월 4일로, 이 총리가 출마했던 충남 부여ㆍ청양 재선거(4월 24일)의 후보 등록 첫날이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완구도 지난번에 보궐선거 했지 않나. 선거 때마다 조금씩 다 주고받고 그러는 거고… 그래서 나는 성심 성의껏 했다.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 3,000만원 줬다”고 했다. 선거자금 명목의 돈이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15ㆍ16대 국회의원과 충남도지사 등을 지냈던 이 총리는 당시 선거에 당선돼 19대 국회에 재 입성했다.
문제는 4월 4일 이후, 이 총리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고액 기부자들이 모두 ‘회사원’이라는 점이다. 16일 본보가 확인한 이 총리에 대한 ‘1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명단’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4월 9~16일 후원금을 낸 사람은 총 11명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개인기부 한도액인 500만원을 한번에 계좌로 입금했다. 연령대별(당시 기준)로 보면 ▦40대 2명 ▦50대 4명 ▦60대 3명 ▦70대 1명 ▦80대 1명 등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모두 직업란에는 ‘회사원’으로만 기재돼 있다. 일주일 사이에 회사원 11명으로부터 5,500만원을 기부 받은 셈이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았던 한 인사는 “서민에겐 거액인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선뜻 내는 회사원들은 거의 없다”며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 측이 지인과 지인의 지인 등을 동원해 후원회 계좌로 분산 입금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고 귀띔했다. 성 전 회장한테서 받은 3,000만원을 500만원 단위로 나눠 타인의 명의로 후원금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치자금 기부 시 직업란은 기부자가 임의로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11명이 실제로 일반 회사원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하지만 ‘3,000만원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는 만큼, 검찰 조사과정에서 성 전 회장 주장의 진위 검증은 물론, 당시 이 총리 측에 건네진 ‘후원금 5,500만원’의 정확한 출처와 기부경위 등도 파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이 돈의 실제 기부자와 선관위 기부자 명단이 다르면 불법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성 전 회장의 3,000만원이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돈의 처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 지가 꿀꺽 먹었지”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품 수수 의혹을 거듭 부인한 뒤, ‘500만원 후원자 명단’과 관련해 “충남ㆍ대전에 사는 분들일 것이며, 회사원도 학연, 대개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던 분들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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