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2위 李총리 권한대행 역할 논란
3위 최경환ㆍ4위 황우여도 잇단 출국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16일 출국하면서 사상 초유의 국정공백 상태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12일간 대통령을 대신해야 할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블랙홀에 빠져 사실상 ‘식물 총리’ 상태인 탓이다. 3,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이 총리가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내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도 높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통상 내각 서열 2위인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앞서 ‘박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동안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전혀 흔들림 없이 국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식물 총리’의 영이 제대로 서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파다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총리가 ‘청와대(민정수석)-법무부장관-검찰총장-특별수사팀’으로 이어지는 수사라인을 지휘하는 것 자체가 난세스라는 지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이 총리가 자신의 명을 받는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것”이라며 “헌법이나 법률상 이 총리가 수사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동안 이 총리가 검찰에 소환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이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이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검찰 조사 시점에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가 ‘식물 총리’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메울 대안도 없다. 내각 서열 3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등을 위해 1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서열 4위 황우여 사회부총리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60주년 참석 등을 위해 22일부터 사흘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내각 서열 1~4위 모두 제대로 국정을 챙길 수 없어 당분간은 국정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도 ‘성완종 리스트’ 공방으로 점철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 총리의 해명이 나흘간 계속 달라진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이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총리의) 답변을 보면 증거될 만한 내용이 나오면 말을 자꾸 바꾼다”며 “이미 국민은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이 총리는 거듭된 사퇴 요구에 “걱정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인다”며 버텼고, 야당 의원석에서는 “물러나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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