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설투자은행(AIIB)로 기존 세계질서를 뒤흔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총리 취임 후 처음 가진 해외언론 인터뷰에서 AIIB 추진을 둘러싼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한 이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진행됐다. 리 총리는 첫 질문인 미국 양적완화(QE) 정책에 대해서는 은유적 표현을 사용해 답변했다. “양적 완화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전세게 모든 국가들이 평온한 ‘대양’(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나, 정책이 끝날 때에는 어떻게 변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 불가”라며 “대부분 국가가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자생력을 키우기 보다는 ‘항생제 수액주사’(외부의 도움)에만 의존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영국의 가입으로 AIIB가 힘을 받게 돼 기쁘냐는 질문에 “영국의 AIIB 가입을 환영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도,“AIIB는 기존의 세계은행 금융 질서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보완책”이라고 답해 AIIB가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에 대항마로 여겨지는 것을 피하려 했다.
이에 FT는 “중국내 학자들과 관리들 사이에서 ‘이제 새 질서를 세울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어떻게 AIIB가 도전이 아닌 보완책이 될 수 있는지”를 재차 질문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국제무역기구(WTO) 가입이 중국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식으로 질문의 핵심을 회피했다. 덧붙여 그는 “기존 국제질서에 맞춰 경쟁할 것이며, 평화와 개발이라는 두 가지 국제사회의 기조에 따라 국익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이 있는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 협약(TPP)을 추진하면서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의 태도를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도 가입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미국 중심의 기존 금융질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했다.
리 총리는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최근 중국 GDP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중국 경제의 전체 규모가 10조 달러에 이를 정도로 너무 커져, 올해 7%대 성장률을 회복하는 것은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고용지표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안정된 고용과 가계소득의 증가, 생활환경 개선이다”라며 양적 성장보다 내수 중심의 질적 성장에 주력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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