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신용융자 7조원 넘어서
7년 10개월 만에 최고치
업계는 수수료 인하 등 유치 경쟁
비상장기업들 기업공개도 활발
"실적 뒷받침 안되면 급락 우려"
“최근 50, 60대 고객들의 지점 방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IC칩 없는 낡은 증권카드를 들고 찾아온 분들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서울 강남권 지점 직원의 얘기에서 최근 증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은행 금리만 노리던 안정성향 투자자들이 증권사 신규 계좌를 열기 시작했고, 몇 년간 주식에서 손을 뗐던 투자자들까지 주식시장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이 덕에 증시는 16일에도 또 올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9.94포인트(0.94%) 오른 2,139.90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3.87포인트(0.56%) 오른 698.31로 7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 증시 열풍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우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가 급증했는데, 15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7조 758억원에 이른다. 7년 10개월만에 최고치이며, 지난해 4월에 비해 44% 급증했다. 보통 신용융자 이율이 8~12% 정도이니, 투자자들이 이보다는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다.
주식 거래를 위해 새로 계좌를 여는 투자자들 수도 확 늘었다. 키움증권의 경우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지난해 4월에 비해 138% 증가했고, 삼성증권 역시 새로 계좌를 만들거나 쉬고 있는 계좌를 되살리는 건수가 최근 40~50% 늘어났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령, 성별 구분 없이 주식에 관심을 가진 고객의 업장 방문이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은행 창구에서도 한 동안 관심 밖이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을 문의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물 만난 증권사들의 고객유치 활동도 활발하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이 6년 만에 TV광고를 재개했고,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도 4년여만에 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 달부터, KDB대우증권도 지난 달부터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신규 고객이나 과거 고객을 모셔오기 위한 수수료 경쟁도 치열하다. 유진투자증권은 은행을 통해 새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1년간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대신증권은 과거 자사에서 거래하다 지금은 거래를 쉬는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년까지 온라인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이처럼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다 보니 비상장 기업의 기업공개(IPO) 역시 활발하다. 아무래도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가 쉬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IPO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4곳, 코스닥 시장 16곳 등 총 20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곳에 불과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에 찾아가서 상장하라고 설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자발적으로 상장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워낙 분위기가 좋다 보니 비관론을 찾기는 어렵지만, 신용융자가 증시를 달구어 놓은 상황은 언제든지 분위기가 바뀌면 급락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덩치가 더 작은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액(3조 7,353억원)이 코스피(3조 2,929억원)보다 많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팀 차장은 “지금 같은 유동성 장세에는 돈 될 만한 곳으로 돈이 흘러가기 때문에 실적이 간과되는 수가 있다”며 “특히 늦게 합류한 개인은 기업 기초체력을 보는 게 아니라 가격을 보고 들어오는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분위기가 바뀌면 가격이 확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