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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중국 증시… 국가 주도 강세장 최고치 돌파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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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중국 증시… 국가 주도 강세장 최고치 돌파 기대감

입력
2015.04.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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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지수 4000선 재돌파

경제정책·대형 프로젝트 쌍끌이

"2007년 6200보다 더 갈 것"

양대 증시 하루 거래금액 270조원

"성장 둔화에 나홀로 상승 힘들 것"

거품에 대한 경고도 나오기 시작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시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중신(中信)건설증권 영업부. 산책을 나온 듯한 백발의 60대 할머니가 서너 살 가량 돼 보이는 어린 손녀의 손을 꼭 잡고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는 여직원에게 할머니는 수줍은 듯 “주식 계좌를 열고 싶어”라고 속삭였다. 여직원은 “그럼 신분증은 가져 오셨어요?”라고 되물었고, 할머니는 당황한 듯 “신분증은 집에 놔 두고 왔는데”라고 답했다. 신분증이 있어야만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에도 할머니는 아쉬운 듯 쉽게 돌아서지 못했다. 중신건설증권 관계자는 “평상시 하루 열 명도 안 됐던 신규 고객들이 최근에는 하루 80~100명씩 찾고 있다”며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아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1㎞ 떨어진 중국 인허(銀河)증권 영업부에도 계좌를 트려는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방금 중신건설증권에서 마주쳤던 한 20대 남성은 인허증권 객장에서도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 대기중이었다. 지난 13일 1인 1계좌 제한이 폐지된 뒤 증권사 객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개의 계좌를 트는 게 새 풍속도가 되고 있다. 성을 왕(王)이라고 밝힌 이 청년은 “한 사람이 20계좌까지 개설할 수 있게 된 만큼 가능한 한 많은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 신용거래를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객장에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중국 중터우(中投)증권 푸안시루(阜安西路) 영업부에서 만난 탕번산(湯本善ㆍ73) 할아버지는 “당분간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원쥔(付文軍ㆍ46) 중터우증권 부지점장도 “중국은 이미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지 않았느냐”며 “사상 최고치인 2007년의 6,200선보다 더 상승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13일 중국 안후이성 푸양시의 증권사 주가 전광판 앞에서 한 여성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상승, 전광판이 붉게 물들었다. 중국 증시는 최근 9개월간 2배 오르며,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푸양=AP 연합뉴스
13일 중국 안후이성 푸양시의 증권사 주가 전광판 앞에서 한 여성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상승, 전광판이 붉게 물들었다. 중국 증시는 최근 9개월간 2배 오르며,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푸양=AP 연합뉴스

9개월 만에 2배 된 중국 증시

중국 증시가 펄펄 끓고 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2,000선에 머물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2월 3,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종가 기준 4,000선까지 뚫고 올라섰다.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선에 오른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코스닥시장과 유사한 선전지수도 올해 50% 이상 급등했다. 개별 종목들의 폭등세는 더욱 화려하다. 금융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즈제(銀之杰)는 지난 2년 동안 무려 41배나 올라 ‘황제주’로 등극했다. 온라인 주식 거래 소프트웨어 회사인 퉁화순(同花順)도 최근 9개월 간 830%, 인터넷 자료 공유 서비스 업체인 중커진차이(中科金財)는 6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가가 200% 넘게 오른 종목도 상하이와 선전 양대 증시의 전체 2,662개 종목 중 226개나 된다.

하루 30만명씩 신규 계좌 개설

주가가 오르고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중국인이 너도나도 객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베이징 한복판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다 도마에 오른 ‘람보르기니’의 주인도 주식 투자를 해 번 돈으로 산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우리나라 예탁결제원 격)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와 선전의 중국 양대 증시에선 매주 150만개의 신규 계좌가 증가하고 있다. 사실상 하루에 약 30만명의 개미 군단이 주식 시장으로 새로 진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4일엔 신규 계좌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현재 1억9,500만개 수준인 중국 주식 계좌수는 곧 2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도 폭발하고 있다. 중국 양대 증시 거래량은 지난 8일 1조5,000억위안(약 270조원)도 넘어섰다. 연일 1조위안 이상의 거래가 성사되며 손 바뀜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금리인하 유동성 확대, 증시 불 붙여

최근 중국 증시활황의 큰 특징은 사실상 정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매체들은 아예 ‘국가가 이끄는 강세장’(國家牛市)이라고 부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등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로 시중엔 그 만큼 자금이 풀렸다. 은행에서 주는 이자율은 낮고 최근 조정기를 맞고 있는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자 이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 신화망에 따르면 지난달 상하이와 선전의 중국 양대 증시에 새로 유입된 자금은 2,200억위안(약 39조6,000억원)이나 된다.

정부의 금융시장 개혁개방 정책도 증시에 기름을 부었다.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투자자가 서로 상대방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후강퉁(상하이를 뜻하는 ‘후’와 홍콩을 의미하는 ‘강’에 통할 통자를 조합해 만든 말)의 시행은 사실상 외국 투자자도 국제 시장인 홍콩을 통해서 중국 본토 주식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후강퉁 정책이 시행된 후 15일까지 홍콩을 통한 상하이 증시 주식 누적 매입액은 995억위안(약 1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더구나 이르면 오는 9월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 허용)까지 시행되면 시장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일대일로 징진지 등 대형 호재 만발

정부는 대형 프로젝트 호재들도 잇따라 내 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만만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실크로드경제벨트와 21세기해상실크로드) 구상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은 교통 및 건설업종 주가들을 크게 올려 놨다. 최근 발표된 ‘창장(長江) 중류 도시권 발전 계획’의 면적은 한반도의 1.5배에 가까운 31만7,000㎢에 이른다. 베이징과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을 묶는 신 수도권 통합 발전 전략인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도 곧 발표된다.

사실 정부가 증시를 부양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그 동안 연 10% 이자율을 보장하며 개인들 자금을 모은 뒤 기업이나 부동산 회사에 20%에 빌려줘 온 그림자 금융 회사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 부동산 침체로 이런 그림자 금융 회사들이 거의 부실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에 잠겨있는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고 싶어 한다. 일부 은행에서 판매해온 고금리 이재(理財)상품의 위험도도 증시 부양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높아지고 있는 지방 정부의 채무와 재정 위기 등도 증시가 오르면 다소 해소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1일 사회보장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격)의 주식, 채권, 지방채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 증시 규모가 미국의 7분의1 수준 밖에 안 된다는 점도 중국 정부로선 증시의 몸집을 더 키워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성장 둔화 속 상승장, 커지는 거품 논란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이제 강세장의 끝이 어디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5월 4,000선을 돌파한 뒤 그 해 10월 6,124까지 올랐지만 1년도 안 돼 1,800선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미 거품에 대한 경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하이 증시 상장종목의 3분의 1, 선전 증시는 절반 가량이 이미 주가수익비율(PER) 5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나스닥이 20배 수준과 비교할 때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려 투자하는 융자잔액총액은 1조5,000억위안을 넘어 위태롭다. 이는 6개월 전의 2.5배다.

게다가 중국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만 나 홀로 강세를 유지하긴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7.0%로 발표된 15일 상하이지수는 1.24%, 선전지수는 2.82% 떨어졌고,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창업판 지수는 무려 4.58%나 폭락했다.

하지만 당국은 최근의 강세장이 과열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증시 활황세에 대해 “경제 성장을 토대로 전면 심화 개혁과 유동성 확충, 금리 인하, 기업 수익 개선 등 종합적인 요인들이 반영된 것으로, 필연성과 합리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경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중국팀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거품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부 중소형주와 벤처기업들은 급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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