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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왜 달샤벳 '조커'를 크게 들었나

입력
2015.04.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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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샤벳의 과감한 안무/ 연합뉴스
달샤벳의 과감한 안무/ 연합뉴스

‘조커! 조우커! 조옷커? 조옷까?’

1년 3개월 만에 돌아온 달샤벳이 ‘조커’의 늪에 빠졌다. ‘조커(Joker)’, 멤버 중 막내인 수빈이 야심차게 만든 노래 제목이자 후렴구를 책임지는 결정적인 가사다. 카드 게임 또는 영화 ‘배트맨’ 속에 등장하는 악당 이름으로도 익숙하다. 그런데 KBS가 ‘조커’를 향해 몽둥이를 들었다. 듣기에 욕설 혹은 신체 특정 부위를 연상케한다며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걸그룹 최초로 앨범 전체를 직접 프로듀싱했다고 홍보해온 달샤벳으로선 당황스러운 조치다. 가사를 쓴 수빈은 “우리의 의도는 그게 아닌데 아쉽다”며 “조커를 직역하면 장난치는 사람이고, 영화에선 흔적만 남기고 떠나는 캐릭터라서 ‘밀당남’을 의미했다”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 최대한 수정을 해서 다시 심의를 받겠다는 이들은 이제 KBS만의 ‘조커’를 만드는 중이다.

가요계도 황당하게 받아들이긴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한 숨이 난다. ‘음란마귀’가 씌였는지 자주 사용되는 말을 천박한 단어로 매도하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KBS의 심의가 ‘음란한 상상’ 때문에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년 전 포미닛의 ‘안줄래’는 대표적인 사례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노랫말 중 ‘이제 다신 내 맘 전부 안 줄래/ 이제 다신 너한테는 안 줄래’라는 부분을 선정적이라며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반면 이 보다 한참 앞서 2000년 발표된 이정현의 ‘줄래’는 심의를 무사히 통과했다. ‘나 오늘은 순결한 백합처럼/ 나 때로는 붉은 장미처럼/ 모든 걸 다 줄래 너에게 다 줄래’와 같이 자극적인 면으로 치면 오히려 ‘줄래’가 더 컸다. 이를 두고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정현은 주고, 포미닛은 안줘서 그런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농담이 유행처럼 퍼졌다.

들쭉날쭉한 심의는 지난달에도 있었다. 요조의 ‘불륜’은 기혼자들의 부적절한 남녀관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불가 판정을 내렸다. 노래 중엔 불륜을 묘사하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KBS는 전반적인 맥락이 불건전하다고 해석했다. 공교롭게도 KBS는 불륜을 주된 소재로 하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으로 16년간 재미를 봤고, 현재 시즌3를 준비 중에 있다.

이외에도 미미시스터즈는 ‘당신을 만난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네’라는 노랫말이 장애인 비하로 방송 금지를 당했고, 장기하와얼굴들의 ‘달이 차 오른다, 가자’는 ‘지레 겁먹고 벙어리가 된 소년’이란 말을 담고도 KBS 심의를 버젓이 통과했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서 업계 종사자들의 신음은 커지고 있다. 주관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심의가 제작 현장의 사기만 떨어뜨린다는 한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획사 대표는 “명확한 기준 없이 그 순간 기분에 따라 심의 결과가 달라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일관되고 구체적인 기준,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면서 심의 과정을 개선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심재걸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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