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스·3세 추정·수컷)는 한쪽 눈이 없습니다. 지난해 4월 제보를 받고 동물자유연대 누나 형들이 저를 찾아왔을 때부터 한쪽 안구가 돌출된 채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공사장의 한 근로자로부터 맞았기 때문입니다. 전 공사장 한켠 어두운 창고 안에서 물도 없이 곰팡이가 핀 음식 쓰레기만 먹고 있었는데 결국 눈까지 잃게 된 것이죠. 누나 형들이 저를 발견했을 때도 전 너무 겁이 나고 소심해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누나 형들은 제 천성이 착하고 순하다는 걸 믿어주었죠.
구조된 이후 돌출된 안구는 적출 수술을 받았고 나머지 눈도 상태가 좋지는 않아서 안약을 넣고 있습니다. 사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 전 청력도 후각도 좋아서 큰 문제는 없어요. 또 다른 한쪽 눈도 아직 시력이 있고 관리를 잘 받으면 실명 시기를 많이 늦출 수 있다고 해요.
사실 개한테 2, 3세는 한참 뛰어 놀 시기인데 어두운 창고에 묶여 있어서 다소 소심해졌지만 이젠 성격이 바뀌어 오히려 사람을 좋아해요. 누나 형들은 저보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고 말할 정도에요.
제 두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기 전에 평생 함께 할 가족을 만나보고 싶어요. 많은 경험도 쌓고 그 힘으로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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