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치는 후배가 하도 빈한하게 사는 것 같아 용돈 삼아 돈을 건넨 적 있다. 핑계 김에 레슨비라면서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퉁쳤다. 후배는 돈을 냉큼 받아 넣고는 크로매틱이라고, 손가락을 한 플랫씩 교차로 움직이는, 일종의 손가락 스트레칭 같은 걸 연습하라고 하고는 더 말이 없었다. 더 멋진 테크닉을 배우고 싶었으나, 녀석은 이후 소식조차 뜸하다. 크로매틱은 잠깐 연습하다가 손가락이 아파 때려치웠다.
기타 실력이 조금이라도 는 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다. 크로매틱을 열심히 한 건 아니고, 수시로 기타를 잡고 칠 수 있는 한 멋대로 후려쳤더니 어느 순간, 손가락과 기타가 친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되는 대로 곡도 쓰고, 내가 만든 노래의 간단한 반주 정도는 가능해졌다. 어떤 대단한 기술이나 이론적 이해가 전제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조금씩 기타의 속성이 파악되니 음악의 기본 구조 같은 게 자연스레 인지되었다. 물론 전문가가 보면 (전문용어로) ‘마구리’ 수준일 테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요즘 다시 크로매틱을 알아서 연습하게 된다. 후배는 음악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게 아니었다. 김창완은 처음 기타가 생겼을 때, D코드만 하루 종일 쳐댔다나. 드럼을 배우고 싶다면 집에 있는 냄비부터 장단 맞춰 두드려보는 게 어떨까.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모든 벽지를 도화지 삼으면 될 것이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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