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전문가들 "실제론 6%대"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6년 간 가장 낮은 7.0%로 발표됐다. 올해 성장률 목표에 턱걸이를 한 수치다. 그러나 산업생산이나 수출, 체감 경기 등을 감안하면 실질 성장률은 이미 6%대로 내려 앉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한 14조667억위안(약 2,484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2009년 1분기 6.6%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7.3%와 비교해도 더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의 올해 GDP 성장 목표치인 ‘7.0% 안팎’에는 부합했다.
산업별로 보면 1차 산업이 3.2%, 2차 산업이 6.4%, 3차 산업이 7.9% 각각 성장했다. 성라이윈(盛來運) 국가통계국 종합통계사(司ㆍ우리의 국) 사장은 “중국 경제가 뉴노멀(New Normal, 신창타이ㆍ新常態) 시대로 진입하고 있고 구조조정 등을 위해 변속기를 바꾸고 있는 때인 만큼 경제성장률이 다소 하락한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7.0% 수치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날 함께 공표된 1분기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과 산업생산 증가율은 연동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더구나 3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5.6%에 머물러 시장 예상치(6.9%)에 크게 못 미쳤다.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1분기 수출액도 3조1,493억 위안으로 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입액은 2조3,940억위안으로 17.3%나 줄었다. 제조업투자와 기초시설투자, 부동산투자 등 3대 투자 지표도 3월 증가율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1분기 부동산 신축 면적은 2억3,724만㎡로, 18.4%나 하락했다. 이중 주택 신축 면적은 20.9% 감소했다.
성장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자 중국 정부는 대책 강구에 나섰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1분기 GDP 발표 하루 전인 14일 경제 전문가와 기업 대표 등을 초청, 경제 좌담회를 개최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경제성장률 등 주요 지표들이 합리적 구간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하방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더 큰 어려움과 도전에 맞설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24% 하락한 4,084.16로 마감됐다. 그러나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유동성도 더 많이 공급할 것이란 기대는 더 커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기준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에선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증시는 최근 1년 간 100% 이상 상승,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