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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란 핵합의가 던진 숙제

입력
2015.04.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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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5개국과 독일은 지난 4월 2일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과 잠정 핵합의를 채택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에서도 이란핵 협상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주로 다음 두 가지에 집중된다. 첫째, 이란핵 협상 모델을 북핵에 적용할 수 있는가이다.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매우 높은데다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어, 이란 핵협상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둘째, 이란에 대한 경제적 관심이다. 주로 제재 해제에 대비하여 경제적 진출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심각한 북핵 상황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이런 평가와 대응은 다소 협소하고 소극적인 느낌이다. 한국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핵 해결의 숙제를 갖는 동시에, 주도적 중견국이며 세계적 경제통상국으로서 중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책무도 갖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여 아래와 같은 외교안보 과제를 제기한다.

첫째, 북핵과 이란핵이 별개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란핵 협상에서 어떤 교훈과 주의사항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란 모델의 성공요인 중에서도 미국의 협상 전략을 주목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평화와 핵비확산에 대한 신념과 지식을 갖추고 이란핵 협상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문제국가에 대해 봉쇄 일변도에서 급선회하여,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이란을 변화시키는 외교전략을 추구한다.

현재로서는 이란핵 모델을 북한에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과거 미국은 아르헨티나-브라질(1991), 우크라이나(1994), 리비아(2003) 등 비핵화 사례가 있을 때마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하려고 했다. 다만 한반도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아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만약 6월 말 이란과 최종 합의에 성공한다면 또 미국이 이란 모델을 북한에 시도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란핵 사례를 일축할 것이 아니라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란핵 협상국과 핵협상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정부 간 또는 전문가 간 대화를 제기한다. 서로 핵협상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교류하고, 이란과 북한 간 핵과 미사일 협력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 이란 핵협상은 1990년대 초기 북핵 협상을 연상시키므로, 이란핵 최종 합의를 만들고 이행할 때 예상되는 장애 요인과 극복 방안을 조언할 수 있다.

셋째, 이란 핵합의를 계기로 중동에 대해 적극적인 지역 협력과 국제안보정책을 모색한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우리 기업에게 큰 경제적 기회가 열리므로 이란핵 동향을 점검하고, 경제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다. 한국인이 중동 지역에 대거 진출할 경우, 전쟁과 테러의 국제안보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되므로 그 위험을 축소시키고 사건 발생 시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지난 수년간 요르단에 연구로 수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 수출,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 중소형 원자로 수출 추진 등 우리 원자력이 크게 진출하고 있어, 평화적 원자력 이용의 기반이 되는 핵비확산과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을 위한 전략대화도 확대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동의 평화와 안정, 원자력과 경제 진출, 이란 비핵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등 다양한 국제안보와 핵정책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외교부에 국제안보원자력국을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중동에 큰 경제적, 국제안보적 국익을 갖고 있지만 종종 우리 외교안보력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벗어날 여력이 별로 없다. 탈냉전과 세계화로 인해 우리 외교와 국제안보의 지역과 대상이 폭증하였지만 외교 조직은 별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주변국과 중견국은 실국 규모 이상의 국제안보와 핵정책 조직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1, 2개 과가 겨우 담당하는 실정이다. 중동사태를 계기로 우리 외교 조직도 세계 8위 경제대국, 13위 무역대국 그리고 주도적 중견국으로서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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