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 연애 주선’이라고 소개하지만 ‘불륜 조장’ 사이트로 불리는 애슐리 매디슨의 캐나다 본사 임원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쏟아지는 비판 여론을 정면돌파하기 위해서인데요.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해 국내 상륙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륜 조장을 이유로 차단했다가 간통죄 위헌 결정 직후인 지난달 11일 차단 조치 해제됐습니다. 하지만 사이트를 폐지하거나 접속을 다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습니다.
애슐리 매디슨은 기혼자 간 만남을 주선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원하는 이성상(혹은 동성상)을 상세히 기입하면 조건에 맞는 연애 상대들의 위치가 현재 이용자 위치를 중심으로 가까운 곳부터 표시됩니다. 이용자들은 이를 보고 메시지를 보내 만남을 가질 수 있는데, 여성은 무료로 사진 등록과 메시지 송ㆍ수신이 가능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여성이 보낸 메시지를 열어 보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애슐리 매디슨은 이런 방식으로 총 46개국에서 약 4,000만명의 회원을 모았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약 1억1,500만 달러(1,259억원), 현재 기업가치는 10억달러(1조955억원)에 이릅니다. 직원은 캐나다 본사와 남미와 유럽 등 6개 지사를 통틀어 180명입니다.
“불륜 조장 사이트? 편견이다”
14, 15일 이틀간 한국을 찾은 크리스토프 크레이그 애슐리 매디슨 국제사업부문 총괄은 논란 속에서도 국내 서비스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판결은 변화하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불륜을 조장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외도를 원하는 이들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존재하는데, 자신들은 이들이 더 편하고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공간만 제공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지켜드립니다”
오히려 크레이그 총괄은 “애슐리 매디슨은 가정의 평화를 응원한다”고 의외의 고백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도는 상대가 직장동료나 친구 등 지인일 경우가 많아 가정 파괴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데, 애슐리 매디슨을 통한 만남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은밀하다는 거죠. 외도하는 이들은 대체로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따라서 이왕 외도할 생각이라면 애슐리 매디슨을 통해 더 비밀스럽게 만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주장입니다.
“한국의 성매매, 캐나다 교민 직원들이 차단”
크레이그 총괄은 애슐리 매디슨이 성매매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3번의 필터링으로 완전 차단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우선 사이트 자체에 자동적으로 성매매 관련 단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두고, 실시간 감시를 통해 성매매 의도가 보이면 해당 아이디를 정지 또는 차단합니다. 여기에 다른 아이디로 다시 가입할 경우를 대비해서 차단 당한 이용자는 IP주소까지 확인해 활동을 막는다고 하네요.
애슐리매디슨에 따르면, 성매매 목적의 이용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면 가입 후 1시간 내 같은 메시지를 500명 이상에게 전송하는 식입니다. 이럴 경우 감시요원들이 즉각 해당 아이디를 정지시킵니다. 현재 한국 사이트의 감시는 캐나다 현지 교민들이 맡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 7번째 지사 설립 검토
하지만 애슐리 매디슨의 갸륵한 노력에도 여전히 찜찜함이 남습니다. 애슐리 매디슨이 이처럼 한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이기 때문인데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불륜 강국(?)이라는 점입니다. 즉, 돈이 되는 시장인 셈이죠.
애슐리 매디슨 국내 이용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 차단을 해제한 지난달 11일 이후 2주 만에 10만 명이 불어났습니다. 내년이면 1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최단기간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한 국가는 약 8개월 걸린 일본인데, 지금 추세라면 한국이 이 기록을 가볍게 넘어설 전망입니다. 올해 한국 매출은 83억원에 이르고, 2020년이면 한국 매출이 전 세계 3위 내에 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높은 성장성 때문에 현재 애슐리 매디슨은 한국에 7번째 해외지사 설립을 검토 중입니다. 서울이나 도쿄 한 곳에 해외지사를 세우고 아시아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먹고 살기 팍팍한 탓에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결혼포기자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외도를 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애슐리 매디슨은 이런 한국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치밀한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죠. ‘세계 최대 외도 시장' 참 씁쓸한 타이틀입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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