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일부 언론이 글로벌 재무정보 업체의 분석을 통해 워런 버핏이 보유했던 포스코 지분을 작년 4~6월 사이 전량 매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튿날(1일) 포스코 주가는 전날보다 6,500원(-2.66%)하락한 2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투자의 귀재’가 주식을 매도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출렁인 것입니다. 당시 포스코는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버크셔해서웨이가 다수의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에 매각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언론은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매각한 배경을 놓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포스코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서한에서 2년 연속 빠지더니 결국 주식을 매도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이 연례서한은 2012년까지 ‘시장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을 기준으로 15개 종목을 선정했었으나, 2013년부터 ‘시장가치가 큰 기업’으로 기준이 변경됐습니다. 포스코는 2012년까지 이름을 올리다 기준변경과 함께 리스트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버핏이 ‘포스코의 향후 성장성에 한계를 느껴’ 주식을 매도했다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일화도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버핏에게 회동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이것이 매각과 무관치 않다는 것입니다. 당시 버핏은 “추후에 서로를 좀 더 알고 만나는 것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거절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권에 휘둘려 갈피를 잡지 못하는 포스코 지배구조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 때 포스코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회사”라 칭했던 버핏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경영에 관심 없는 외부인들이 경영진 자리를 꿰차고 주무르는 모습을 보며 적잖이 실망했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버핏이 주식을 매도했다는 시점과는 거리가 먼 검찰 압수수색 얘기도 나왔습니다. 포스코가 최근 베트남 건설현장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썼단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이것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을 거란 겁니다.
이 밖에 버핏이 주식매도로 얼마의 수익률을 냈는가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앞서 버핏은 포스코 주식 4.6%를 2007년 주당 15만원에 취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가 8년 간의 투자로 대략 86%대 수익률을 냈을 것이라는 추측이 오갔습니다. 매번 10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내온 버핏의 기존 투자결과들과 비교하면 ‘중박’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비아냥도 나왔죠.
이렇게 기정사실화 돼가던 버핏의 포스코 주식 전량 매도가 14일 포스코의 발표로 ‘근거를 알 수 없는 뜬 소문’으로 판명났습니다. 주식 전량 매도가 사실인지를 묻는 포스코 측 문의에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여전히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허무맹랑한 소문에 언론도 포스코 주식도 한 바탕 파도를 쳤는데 허무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사실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소문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3월에도 이영두 전 그린손보 회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버핏은 더 이상 포스코 주주가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곧이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이날도 포스코 주가는 출렁였습니다. 이번 일은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뜬 소문을 퍼 나르며 끼워 맞추기 식의 분석을 쏟아내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언론의 작은 보도 하나에도 포스코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노심초사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