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두산 마무리 윤명준(26)은 지난 10일 밤 잠을 자지 못했다. 이병규(LGㆍ9번)에게 맞은 역전 홈런을 잊을 수 없어서다. 윤명준은 이날 잠실 라이벌전에서 2-1로 앞선 8회말 1사 1ㆍ2루에 등판했지만 대타로 나온 이병규에게 초구 직구를 던지다 좌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시즌 첫 블론 세이브, 팀도 패했다. 그는 “한숨도 못 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뒤(12일) 다시 한 번 블론 세이브를 했다. LG와의 3번째 맞대결, 공교롭게 점수가 2-1로 같았고 9회말 선두 타자 이병규를 또 상대했다. 결과는 다르면서도 같았다. 이병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LG 주장 이진영에게 역전 끝내기 2점 홈런을 얻어 맞았다. 두산 입장에선 3경기를 모두 잡을 수도 있었지만, 뼈 아픈 홈런 두 방으로 시즌 첫 잠실 라이벌전을 1승2패로 마쳤다.
앞선 등판까지 윤명준은 ‘초보’ 마무리 치고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지난달 28일 잠실 NC전을 시작으로 8일 잠실 넥센전까지 4경기에 나와 모두 실점이 없었다. 이 기간 세이브가 2개 있었으며, 윤석민(KIA) 윤규진(한화) 윤길현(SK)과 ‘윤씨’ 마무리 시대를 여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동안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만 등판했다. 1~2점 차 경기를 지켜야 세이브에 대한 기분이 날 것 같다”는 본인의 말이 맞았다. 시소 게임에서 베테랑 타자를 상대하는 부담감은 확실히 3~4점 차 경기와 달랐다.
그래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윤명준을 믿고 있다. 빠른 스피드로 윽박지르는 투수가 아니지만 김 감독은 “결코 쉽게 칠 수 있는 직구가 아니다. 묵직하게 들어온다”고 호평했다. 김 감독은 또 “제구와 멘탈이 좋다. 턱 부상을 당한 노경은이 1군에 돌아오더라도 윤명준에게 계속 마무리 자리를 맡길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윤명준이 이겨내야 한다. 그는 시즌 초 인터뷰에서 “올해만큼은 동기인 나성범(NC)과 같이 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할 만큼 욕심도 있고, 목표도 뚜렷하다. 당장 두산에서 윤명준보다 안정적인 불펜 투수도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세이브를 하니깐 마무리이고, 블론 세이브도 있으니깐 마무리이다. 실패는 그리 치명적인 것만은 아니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사진=두산 윤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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