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8강전 제1국
백 박영훈 9단 흑 김지석 9단
장면 8 박영훈이 △로 패감을 썼을 때 김지석이 바로 응수하지 않고 한참을 고민하길래 “아마도 이 패감을 받지 않으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3으로 끊어서 본격적인 패싸움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먼저 우변을 1로 들여다본 게 먼 훗날을 내다본 교묘한 사전공작이다. 지금은 백도 2로 이을 수밖에 없다. 괜히 참고1도 1로 반발해 봤자 흑의 패감만 더 만들어 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환으로 인해 장차 흑이 우변을 돌파하는 패감의 가치가 상당히 커졌다.
그러나 그건 한참 후의 얘기고 지금은 당장 백의 패감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패를 포기하고 참고2도 1, 3으로 좌상귀를 잡을 수는 없다. 우상귀 흑집이 너무 커져서 이건 단박에 역전이다.
그래서 박영훈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8로 중앙을 끊는 패감을 쓴 것이다. 이어서 14까지 스스로 자기 돌을 두 개나 거저 죽였으니 그 자체로 엄청난 손해여서 평소라면 절대로 이렇게 두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일단 패를 이기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손해 패감을 감수하는 비상수단을 동원했다. 결국 16으로 백이 다시 패를 되따내자 이제는 흑도 마땅한 패감이 없다. (7 13 … ▲, 10 16 … 4)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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