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초짜’ 이종운(49) 롯데 감독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2일 롯데-한화의 빈볼 사태를 계기로 그의 ‘외유내강(外柔內剛)’ 스타일과 선수 중심의 팀 운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31일 롯데가 이종운(49) 작전주루코치를 제16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2년 연속 가을 야구 실패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갈등, 사상 초유의 CCTV 사찰 문제 등으로 인해 오프시즌 동안 팬들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고, 이종운 감독과의 계약은 또 하나의 뒷말을 만들어냈다. 흔한 말로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기본을 중시하는 야구를 하겠다. 모든 일에는 기본이 있다”며 “팬과 팀 그리고 야구를 대하는 기본적인 인격과 예의가 바탕 된다면 팀의 기본기도 탄탄해질 수 있다. 야구도 결국 기본기가 충실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고 믿는다”고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11월 코칭스태프와의 첫 미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새로 합류한 코치들에게 “선수나 코치나 기본이 바로 서야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다. 코치는 또 선수들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언제나 선수들 편에 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때문에 롯데는 올 전지훈련에서 분위기가 가장 좋은 팀 중 하나였다. 주장 최준석과 안방마님 강민호, 간판타자 손아섭은 입을 모아 “역대 캠프 중 가장 신나게 훈련했던 것 같다. 주위에서 롯데를 하위권 후보로 분류하지만 일 한 번 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우 MBC SPORTS+ 해설위원도 “벤치 분위기가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그런 면에서 올해 롯데를 주목해야 한다”며 “가을 야구를 할 공산이 커 보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야신’ 김성근(73) 한화 감독을 향한 이 감독의 ‘선전포고’는 구성원 간의 결속력을 더 강화시킨 계기가 됐다. 이 감독은 벤치 클리어링과 빈볼로 얼룩진 사직 한화전이 끝난 뒤 “앞으로 한화와의 경기는 10경기나 넘게 남아 있다. 야구로 승부하자”고 거침없는 말을 쏟아 냈다. 롯데와 한화는 5월1일 대전구장에서 다시 맞붙는다. 이 감독의 발언은 어찌 보면 상대 벤치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불문율을 깬 셈이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진짜 우리 감독이 그렇게 말한 것 맞냐”고 취재진에 확인까지 하며 “확실히 선수들 편이다”고 다시 한 번 놀라워했다.
롯데 선수들이 ‘초짜’ 이 감독에 놀란 적은 또 있다. 지난달 28일 kt와의 홈 개막전에서다. 롯데는 당시 5회까지 2-8로 뒤지다 결국 12-9로 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이 당황하는 사이, 이종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다 목이 쉬어 버렸다는 후문이다. 강민호는 “감독님이 ‘져도 좋다. 질 때 지더라도 1점은 꼭 내보자’라고 큰 소리로 격려를 해 힘이 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감독이 평소 즐겨 쓰는 ‘우리 선수들’이라는 표현도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도 선수들의 불만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외유내강’, 요즘 롯데 선수들이 말하는 이종운 감독의 리더십이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사진=이종운 롯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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