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자리 지키기에 연연
제4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고교야구 시즌이 시작됐지만 대한야구협회의 미숙한 행정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야구협회는 일선 감독들의 끈질긴 요청에 따라 봉황대기의 개최 시기를 4월로 변경했지만 이후 나머지 중앙 언론사 주최 대회 준비는 올스톱 상태다. 실제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 청룡기 대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14일 현재 야구협회 홈페이지에도 봉황대기에 이어 내달 열리는 상반기 주말리그 일정까지만 잡혀 있을 뿐이다. 협회는 구장 섭외와 예산 문제를 들어 일정 조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일선 감독들은 “첫 대회가 시작됐는데도 시즌 전체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대회 일정이 나오지 않아 대학교는 대학교대로 입학전형 일자를 잡지 못하고 있다”하소연했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25일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 권고에 따라 이병석(새누리당 국회의원) 회장이 물러난 이후 난파 직전이라는 게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중론이다. 야구협회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 56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는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억원을 승인 받는 데 그쳤다. 야구인들은 “야구협회의 무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지어 수도권지역의 한 고교 감독은 “차라리 중ㆍ고 야구연맹에서 탈퇴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면서 “고교 야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야구협회가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 망정 선수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불거진 야구협회의 내분도 일련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협회 사무국장을 지낸 A씨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협회 공금에 대한 입출금 내역을 살펴보면 지출결의서 등이 빠져 있다”며 “(감사내역서를 통해)2억800만원이 횡령된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인구와 관련해서도 각급 대회에 사용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외부 판매를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난 뒤 지난 8개월 동안 협회 전무이사와 부회장에게 관련 사항에 대해 보고를 계속했다. 회계내역서는 상임위원회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떠한 해결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구협회는 현재 김종업 실무부회장이 회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결국 수장이 공석인 가운데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고, 자리 지키기에만 연연한 야구협회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한 아마추어 야구인은 “새 회장을 60일 안에 뽑도록 돼 있는데 이제 40여일 남았다. 어떤 분이 오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라면 야구협회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며 “추문과 내분에 휩싸인 현 집행부는 전원 물갈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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