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MBC '여자를 울려'로 3년 만에 드라마 복귀
전직 강력계 형사 출신, 깡패 혼내 주고 주먹 날리는 역할
"앵그리맘 김희선 연기 눈여겨봐, 엄마의 마음 연기 의미 있어"
몸을 날려 도둑을 잡고, 친구를 왕따시키는 남학생들을 주먹으로 다스린다. 어울리지도 않는 양갈래 머리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치마를 펄럭이며 깡패들을 피해 도망 다니기 일쑤다. 3년의 공백 끝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배우 김정은(42)은 소위 ‘망가지는’ 캐릭터로 시청자들 앞에 섰다. 18일 첫 방송되는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에서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전직 강력계 형사 정덕인 역이다.
14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만난 김정은은 “자그마한 밥집을 운영하면서 깡패도 혼나주고 학생들도 훈계하는 홍길동 같은 아줌마 역할”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사실 이런 몸 사리지 않는 연기는 KBS2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채시라와 MBC 수목극 ‘앵그리맘’의 김희선이 선수를 쳤다. 실제로 아이를 둔 엄마들의 연기가 더 어필할 수도 있다. 김정은은 고민이 없었을까.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않은 입장에서 그 깊은 속을 어찌 알겠어요?”라며 조심스레 입을 뗀 김정은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대답했다. “제 또래 여자들이 겪는 경험 중에 아이를 낳는다는 건 최고로 값진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러운 마음이었죠. 그래서 아이 엄마의 마음을 연기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정은은 극중 학교폭력에 물든 아이들을 위해 당당하게 학교로 찾아가 “대학만 많이 보내면 다인가! 나머지 애들은 맞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건가!” “엄마들이 대체 누구를 믿고 애들을 학교에 보냅니까. 맞아 죽을까 겁나서 어떻게 학교에 보내느냐고요!”라며 교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눈물을 머금고 오열하며 진정성을 끌어내려는 노력을 보인다. “김희선씨의 연기도 눈 여겨 봤어요.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회자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고, 대중이 (그 문제를 지적하는데) 목말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정은의 코믹 연기를 볼 기회도 있다. 고등학교 교사인 강진우(송창의)와의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있다. 늘상 티격태격하다가 깡패에게 쫓기다 발목을 삔 송창의를 등에 업은 김정은의 모습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다운 면모가 보인다. “시청률 한 40% 정도는 나왔으면 좋겠다”며 크게 웃어 보인 김정은이지만 “오랜만에 드라마 촬영을 해서 그런지 없던 버릇인 의심병이 생겼다”고 말한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항상 “괜찮았나?”를 스스로 되뇐다는 것.
지난해 SBS 주말극 ‘내 마음 반짝반짝’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제작진과 갈등을 겪고 뒤집어 논란을 야기한 김정은은 논란을 잠재울 메가톤급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커 보인다. ‘여자를 울려’의 연출자 김근홍 PD는 “김정은은 액션 연기를 위해 한 달 동안 무술팀과 연습을 했고, 강력계 형사들을 만나 지구대를 탐방했으며, 밥집 아줌마 역이라 요리도 배웠다”며 김정은의 명품 연기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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