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첨단과학기술의 보유 정도에 따라 결정되므로 산업 현장에는 우수한 신규 인력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력을 배출하여야 할 대학의 교육내용이 산업현장의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산업계와 대학 간의 괴리를 해소하려면 대학이 급변하는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고 적합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여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이 산업수요에 맞는 교육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경제 5단체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2008년부터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 주관 산업계 관점의 평가는 여타의 평가와는 달리,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산업계가 중심이 되어 산업계의 입장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산업계의 인적자원 요구를 분석하고 해당 역량 강화를 위해 대학이 운영 중인 교과목의 내용과 교수 방법에 대해 산업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평가한다. 또한 산업계의 요구와 대학의 전공 교과목 운영 간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향후 산업계의 관점을 반영한 교육과정 개선 및 운영방안을 제시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해 실시한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는 환경, 에너지, 바이오의약, 바이오의료기기 등 4개 분야에서 34개 대학, 51개 학과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지난 9일 15개 대학이 최우수대학으로 발표되었다. 예컨대 환경 분야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된 서울과학기술대는 지역산업과 연계한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그램 등으로 취업 역량을 강화했으며 산업체 경향을 반영한 교육과정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가 어느덧 7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즉, 대학이 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는 여전히 좁으며, 이를 교육현장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였고, 대학 측의 개선 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70%를 상회하는데 이는 산업강국인 독일의 40%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수치만을 보면 대학에서 배출된 고급인력의 산업현장 투입 비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각종 조사에서 대학 졸업 후 신규 입사한 공학 인재의 실무능력에 대해 산업체 관계자들은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실무에 필요한 인재 확보방안으로 ‘사내교육을 통해 직접 육성’이 71%, ‘신입 대신 경력 직원을 채용’이 26%를 차지했다. 결국 대학교육의 문제가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대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을 개선하여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산업계의 관점에서 대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평가결과가 대학의 교육과정에 반영되도록 실효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대학은 교육내용을 산업계의 요구를 기반으로 개편하고, 계약학과, 후진학 등 연계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대학의 축적된 노하우가 기업의 아이디어로 전환될 수 있도록 상시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의 산학 협력의 노력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산학협력의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도록 대폭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과 산업현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규모와 종류의 기업들이 대학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이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수요자 입장에서 대학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만 대학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여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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