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M·YG·JYP엔터테인먼트가 한 순간에 불법업체로 내몰릴 수 있다. 오는 7월 28일까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서두르지 않으면 예외는 없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7월부터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시행됨에 따라 생겨난 변수다. 신고만 해도 운영됐던 연예 기획사들은 앞으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등록 절차를 거쳐야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업체로 간주된다. 기존 기획사에게 주어진 유예기간은 이제 10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제2의 장자연 막을 수 있나
연예기획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연예인 혹은 연예지망생에 대한 성상납, 기획사 내 성추행, 사기 및 횡령 등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정부가 칼을 꺼냈다. 허가제와 신고제의 중간인 등록제다. 기준 미달의 부적격업체에 대해선 아예 영업을 못하도록 만든 조치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26조는 연예기획사 혹은 캐스팅디렉터, 매니지먼트사, 공연알선업, 모델에이전시 등의 사업체는 업계 경력 4년 이상의 임원 1명과 독립된 사무소 등을 갖춰 문광부에 등록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등록만 했다고 끝은 아니다. 공정한 영업 질서를 위한 의무 교육을 매년 받아야 한다. 당장 오는 8월부터 10시간의 법정 교육이 예정됐다. 또 방송사는 출연 계약시 반드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증 발급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로엔, KT뮤직, 벅스 등 음반·음원 유통사에게도 같다.
문광부 대중문화산업과 관계자는 “미등록업체의 방송·드라마·음악 등 연예 활동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마감임박, 분주한 기획사
규모를 갖춘 기획사들은 법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홍보 부족으로 등록 의무를 모르고 있다가 마감시한이 다가오자 분주해졌다.
지난 9일 기준으로 등록 절차를 마친 기획사는 185곳. 씨엔블루·AOA가 속한 FNC엔터테인먼트, 씨스타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안테나 뮤직, 키이스트, 에이큐브 등이 포함됐다.
이 마저도 시행 초기 2개월 간 등록 업체가 전무하다가 3월부터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관련 업체가 1000여 곳으로 추산되는 점에서 막판에 큰 혼잡이 예상된다. 3대 음반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도 아직 절차를 밟지 않고 준비 단계에 있다.
◇인디 멸종 부작용 우려
소규모 인디 기획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이비 기획사를 척결하려는 목적이 자칫 인디 음악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음악 성향에 따라 소규모로 뭉쳤다가 흩어지는 독립 레이블 특성상 이들도 싸잡아 불법 단체로 취급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디밴드의 멤버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며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독립된 사무실이 없는 인디 레이블이 많다. 업계 현실을 외면한 등록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직접 음반을 소규모 형태로 제작, 유통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 문화 정책은 왜 시대를 역행하는가"라고 한탄했다. 나아가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등과 같은 사례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이와 관련 한국콘텐츠진흥원 정태성 팀장은 “하지원처럼 1인 기획사는 개인사업자로 얼마든지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며 “인디 음악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소수의 음악인들이 반드시 어딘가에 소속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또 “경력 문제 역시 정상적으로 세금을 신고했다면 내역만으로 어렵지 않게 인정 받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영세한 음악인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최대한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심재걸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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