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24일부터 상영… 상업 영화관의 새로운 실험

멀티플렉스 공세 맞서 작은 영화 요람으로 승부수

1990년대 서울극장 앞은 영화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극장의 대명사였던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변신한다. 서울 유일의 민간 시네마테크(고전영화 필름을 보관하고 상영하는 일종의 영화도서관)인 서울아트시네마가 24일 서울극장으로 옮겨가는데 이어 대표적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도 내달 이주하게 돼 서울극장이 작은 영화들의 요람으로 거듭난다.

13일 서울극장에 따르면 인디스페이스가 서울극장 입주를 최종 조율 중이며 곧 임대 계약을 체결한다. 서울극장과 인디스페이스는 “도장 찍는 것만 남은 단계”라고 밝혔다. 인디스페이스는 서울아트시네마가 들어설 서울극장 3층 상영관인 11관의 옆인 6관을 사용하게 된다. 현재 인디스페이스는 서울 신문로의 소극장 미로스페이스를 상영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지난달 29일 상영을 마지막으로 2005년부터 사용했던 서울 낙원동 허리우드극장을 떠났다. 서울극장 11관의 새 단장이 끝나면 24일부터 고전영화 상영을 재개한다.

이제 멀티플렉스체인의 발달로 전성기만큼 관객 유치가 어려운 서울극장은 독립ㆍ예술영화 산실로 거듭나기를 꾀한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전용관이 국내 최초로 서울극장에 한 둥지를 틀게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영화 마니아라면 고전영화와 독립영화를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도 가능해진다.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는 “서울아트시네마와 같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이전을 결심하게 됐다”며 “기존의 고정 관객뿐 아니라 서울극장의 상업영화 상영관을 찾아온 관객들도 자연스레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극장이 독립영화관 입주를 적극 추진한 것은 위기 타개책이었다. 충무로의 큰손이었던 곽정환(1930~2013) 합동영화사 사장이 1979년 문을 연 이후 서울극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국가대표 극장’이었다. 종로3가 길 건너 위치한 단성사, 피카디리와 함께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황금의 삼각지)을 형성하며 종로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서울극장 매표소 줄의 길이는 흥행의 바로미터였다. 서울극장 흥행이 전국적인 대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제작하거나 수입한 영화의 개봉일 아침에 서울극장 바로 옆 카페에 앉아 노심초사하며 매표소 줄을 바라보곤 했다.

2000년대 들어 CJ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체인이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단관극장 시대는 저물고 관객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극장은 89년 4개관으로 확대한 뒤 97년 11개관으로 상영관을 늘렸으나 동네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멀티플렉스체인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단성사는 신축 건물을 둘러싼 소송전으로 아예 극장사업을 못하고 있으며 피카디리는 멀티플렉스로 변신한 뒤 롯데시네마와 제휴했으나 옛 명성에 한참 못 미친다. 서울극장이 종로 극장가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게 영화계의 평가다.

이광희 서울극장 기획실장은 “관객이 상업영화를 보기 위해 종로까지 나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서울극장이라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 유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극장은 5,000만원가량을 들여 서울아트시네마가 사용할 11관의 스크린과 의자교체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서울극장은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가 관객들 쉼터와 사무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1층에 별도 공간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 실장은 “고전영화와 독립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서울극장의 상업영화도 흔쾌히 보게 될 것이며 전체적인 관객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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