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등 취업준비생 60여명에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장으로 있는 군대 내 비밀조직에 가입시켜주겠다며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취업 사기를 벌인 혐의로 배모(53)씨와 김모(41)씨, 박모(38)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은 201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학생 A씨 등에게 접근해 “국방부 제2작전사령부 산하에 민간인들이 주축이 된 조직이 있는데 그 곳에 5급 군무원 자격으로 특별채용이 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1인당 수백만원씩 총 5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당 조직이 “박근혜정부의 실세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명예회장을 맡아 진두 지휘한다”고 피해자들을 유혹했다. 또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비밀 조직이어서 채용 역시 까다로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단에 속아 돈을 날린 취업준비생이 61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또 배씨 일당이 사기 행각을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공범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조사결과 일당 중 모집책인 박씨가 취업사이트 등을 통해 구직 활동 중인 사람들을 모으면 배씨와 김씨는 각각 행동대장과 중간연락책 역할을 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배씨 등에게 직접 지시를 하고 사기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관리하는 등 조직 내 또 다른 총책과 일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