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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줄일 판에 채용하라니…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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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줄일 판에 채용하라니… 어찌할꼬

입력
2015.04.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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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용 창출 주문하면서

"점포 방문 없이도 계좌 개설 허용"

창구 업무 수요 크게 주는데, 점포·직원 과잉 구조는 심화

결국 비정규직만 늘어날 가능성

“일자리 창출에 금융권이 앞장서 달라”는 정권 차원의 주문이 은행권에 쏟아지는 가운데, 한편으론 정부가 점포 방문 없이 계좌를 새로 틀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은행들은 곤혹스럽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 당연히 창구 업무 수요는 감소한다. 은행 점포와 직원 과잉 구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은행들이 비정규직만 늘리는 ‘꼼수 해법’을 찾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은행 안 가고도 계좌개설 가능해져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고객이 은행 창구를 직접 가지 않더라도 첫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이나 증권사에도 이 같은 비대면 계좌 개설 거래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시행령은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통해 계좌 소유주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반드시 점포 안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식으로 그 구체적 방식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결국 금융당국의 판단에 달린 문제. 금융위는 대면확인이 아니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곧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비대면 본인 인증을 통한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 첫 거래를 열 때도 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자연히 은행 입장에서는 일선 지점 창구에 몰리는 고객이 지금보다 줄어들게 되고, 결국 점포 수나 창구직원 수를 줄이는 식의 대응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잖아도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점포가 7,433곳으로 집계되면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비대면 본인 인증이 시행되면 점포 축소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점포 줄일 상황에 채용 늘리라니”

은행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A은행 관계자는 “올해 내로 콜센터 내부에 비대면 상품안내나 가입 등을 돕는 부서를 구축할 것”이라며 “금융권의 큰 흐름이 점포 축소로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존 점포의 통폐합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B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본인 인증방식 도입으로 고용 불안이 생긴 건 사실”이라고 했다. B은행은 수익 다변화 방안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데, 해외 쪽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C은행 관계자는 “당국 눈치를 안 볼 수 없기 때문에 인력을 계속 채용해야 하지만, 비대면 거래나 핀테크(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신 금융기술)가 강화되면 인력수요가 줄 것”이라며 “개인고객이 많은 은행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D은행 임원은 “일자리를 늘려달라면서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통해 점포 수익을 떨어뜨리는 것은 좀 이율배반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비정규직 양산으로 대응?

결국 은행들은 눈 가리기 식 편법 대응에 나설 소지가 다분하다. E 시중은행장은 “현재의 은행 점포와 인력 수준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건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채용을 더 늘려야 한다면 정규직보다 채용기간이 짧은 비정규직을 늘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렇게 되면 고용의 질은 악화하겠지만, 외견상 정부가 원하는 신규일자리 숫자는 늘어나게 된다.

노동계는 구조조정에 악용되는 상황도 경계한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창구에서는 고객 실명확인이 주업무가 아니라, 은행원들이 상품 판매나 영업에 내몰리는 게 현실”이라며 “점포에서 본인 확인을 안 한다고 은행원 일이 준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서울 수송동 국민은행 은행창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수송동 국민은행 은행창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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