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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1번지에 불법 버스가 판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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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1번지에 불법 버스가 판치는 이유는

입력
2015.04.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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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회사 명의로 등록했지만

대부분 개인 소유인 지입버스

학생들은 "시간 절약" 이용 불구

차량 검사도 법규 교육도 등한시

무리한 운행에 안전관리 소홀

서울시는 실태 파악도 못 한 채

"위법 증거 안 남아 단속에 한계"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지입버스들이 학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명목상으로만 운수회사에 등록해놓고 실제로는 지입차주가 사업주처럼 운행하는 지입차량으로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지입버스들이 학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명목상으로만 운수회사에 등록해놓고 실제로는 지입차주가 사업주처럼 운행하는 지입차량으로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3일 오후 9시4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는 노란색 25인승 버스들로 가득 찼다. 이들 버스는 멀게는 경기 평촌ㆍ군포(산본)ㆍ과천ㆍ수원시, 가깝게는 양천ㆍ송파ㆍ강동구 등 수도권과 강남 일대 30여곳에서 대치동 학원가로 학생들을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경기 과천시에서 대치동 J학원으로 통학하는 한모(19)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갈아타야 해 학원까지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되지만 학원버스를 이용하면 40여분만에 도착한다”며 “이용료가 비싸긴 해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시간절약과 편안한 이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버스가 학원이 직접 운영하는 차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 최대 학원 밀집지역 중 한 곳인 대치동 일대에 운행되는 통학버스 대부분은 지입차량이다. 지입차량이란 명목상 운수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지만 실제로는 운전자 개인이 소유해 운행하는 차량을 가리킨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난립하는 버스로 인한 시장교란과 무리한 운행으로 인한 사고를 사전에 차단ㆍ관리하기 위해 지입차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지입차량 운영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대치동 학원버스 운전자들은 관광버스 회사(운수회사) 명의로 서울시에 차량을 등록하는 대신 수입 중 일부(25만~40만원)를 회사에 지입료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운전기사 박모(48)씨는 “지입버스 운전자들은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홍보차원에서 대부분 휴대폰 번호를 차량 위에 새기고 다닌다”고 했다. 박씨 외에도 이날 만난 운전자 10여명은 모두 자신의 차량이 지입버스라고 밝혔다. 이들과 계약을 맺은 관광버스 회사는 아예 ‘최대 30개 노선 운행’ ‘최소 운행시간 소요’ 등이 적힌 팸플릿을 만들어 유포하는 등 버젓이 지입차를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지입버스 공급이 많은 것은 시간절약을 원하는 수험생들과 더 많은 수익을 바라는 운전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지입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1인당 월 10만~14만원의 이용료를 운전자에게 직접 지불하고 있다. 경기 판교신도시와 대치동을 오가는 운전자 이모(43)씨는 “지입버스를 운행하면 일반 동네학원에 소속돼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3년 전 이 일에 뛰어들었다”며 “노원구 한 학원에서 운전기사로 일할 때보다 월 수입이 20만~30만원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지입차주들의 형편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은 영세업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 지입차주는 “25인승 소형버스 구매가는 최소 6,000만원, 일부 대형버스(45인승)는 1억5,000만원에 달하는데 월 순수입은 130만~140만원 수준이라 고수익은 고사하고 대출금을 갚기도 바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시장이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입차량에는 안전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관계당국은 지입차주들이 법인 소속일 때보다 아무래도 교통법규 또는 안전운행 교육을 소홀히 하기 쉽고 차량검사 등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다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2013년 전국 전세버스 교통사고를 집계한 결과 법인버스 사고(11건)에 비해 지입버스 사고(71건)가 6배 이상 많이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관리ㆍ단속 책임이 있는 서울시청은 지입차량에 대한 실태파악도 못하고 있다. 시청 관계자는 “지입버스의 경우 서류상에 위법행위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지입료를 주고 받은 영수증, 명의이용 계약서 등 완벽한 자료를 구비한 민원신고가 들어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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