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두번째 정규앨범을 낸 엑소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현재 엑소의 당면과제는 두 가지. 하나는 유력 멤버 두 명이 팀을 떠나면서 뒤숭숭해진 팬덤을 잡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중적 파급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그 숙제에 대한 답이다.
앨범 ‘엑소더스’는 우선 트랙의 절반을 느긋한 템포의 감상적인 곡들로 채워 R&B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영롱한 사운드 속에 매끄럽게 리듬이 뻗어 가는 ‘시선 둘, 시선 하나’, 서서히 감정선을 끌어올리다 우아하게 내려놓는 팝 발라드 ‘마이 앤서’, 섹시한 레이드백의 기조 위에 리드미컬한 메인 보컬과 공간감 있는 백업 보컬의 병치가 인상적인 ‘플레이보이’ 등이 그것이다. 세련된 곡 마감은 엑소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팝 팬들도 끌어들일 만하다.
반면 댄스 곡들은 전략적이다. 보이그룹 엔싱크를 연상시키는 타이틀곡 ‘콜 미 베이비’는 ‘늑대와 미녀’보다 친숙하면서도 ‘으르렁’보다 화려한 폭발력을 보인다. ‘모두 변해 날 떠나간대도’ ‘빛나는 것들은 많아 / 그 안에 진짜를 봐봐’ 등의 가사는 멤버 이탈과 관련,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웅장한 사운드의 ‘엘도라도’에서도 ‘우린 하나’ ‘열 손가락 모두 더해’ 등 가사가 나타난다. 앨범 곳곳에 엑소가 겪은 위기를 암시하며 팬덤의 결집을 유도한다.
그런데 멤버들의 목소리가 구별하기 어렵다. 팬들마저 처음엔 곤란을 겪었을 정도다. 엑소 특유의 음색이라는 것만 전면에 부각되고, 멤버 개개인의 차이는 뒤로 숨어들었다. 팬이 아니라면 뭉뚱그려 ‘엑소 음색’으로 다가오는 편이 음악적 정체성으로 각인되기 좋을 것이다. 팬들은 처음엔 어렵겠지만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보컬을 구별해낼 것이고, ‘일반인’이 모르는 것을 아는 은밀함에서 더욱 큰 몰입을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이 음반은 팬과 팬 아닌 청자에게 다른 맥락을 보여준다. 편안함을 좋아하는 대중과 몰입을 즐기는 팬덤은 모든 음악가에게 종종 딜레마가 된다. 그런데 이 음반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층위를 겹쳐놓음으로써 대중성의 확장과 팬덤 굳히기를 함께 달성하려 한다.
엑소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국내외 작곡가들을 불러모아 공동작업을 지휘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송 캠프’가 있다. 이 시스템은 수록곡들의 완성도를 높인 비결이지만 ‘맞춤형 작곡’이 가능하다는 점이 진정한 강점이다. 각각의 곡이 그룹에 따라, 앨범의 맥락에 따라 조율된다. 백화점 식 다양한 스타일을 망라하면서도 일관된 흐름을 잡아내고, 이번 음반처럼 서로 다른 맥락을 겹치는 일도 가능한 것이다.
미묘ㆍ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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