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인물, "洪지사 스스로 잘 알텐데…"
친박과 거리 멀고 대선과 무관, 檢 첫 대상으로 부담도 적어
洪 "수사받을 일 있으면 받겠다"
‘성완종 리스트’의 첫 수사 대상으로 지목되는 홍준표(61) 경남도지사의 20년 만에 뒤바뀐 운명이 새삼 관심이다. 홍 지사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때인 1993년 박철언 의원 등 당시 6공 실세들의 권력형 비리를 파헤친 스타검사였다. 홍 지사는 드라마‘모래시계’의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검사 시절 부정부패와 싸웠던 그가 이번에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는 입장이 되면 정치생명에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공식 출범한 특별수사팀은 아직 수사 대상의 우선순위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교롭게 성 전 회장이 메모지에 남긴 금품제공자 중 홍 지사에 대한 수사 단서가 가장 많아 검찰 안팎에서 그를 첫 수사대상으로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은 메모지에 ‘홍준표 1억’이라고 썼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때 홍준표 의원의 측근 윤모씨를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른 인물과 달리 금품 전달자를 특정한 것. 더구나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윤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씨는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홍 지사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텐데”라며 “검찰이 조사하면 제대로 밝히겠다”고 했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받을 일이 있으면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윤씨)이 어떤 입장인지 제가 알 길도 없고… 사정이 있겠죠”라며 “나중에 아마 수사하면 내용이 다 안 나오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홍 지사는 또 윤씨가 경남기업에 근무했다는 사실과 관련, “2012년부터 부사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돼 있던데, 이 사실은 이번에 (언론 보도를 통해) 자세히 알았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앞서 10일에는 “혹시 내 주변 사람 중 누가 ‘홍준표’를 팔았는지 모르겠다”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선거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공보 특보로 일했으며, 2014년 지방선거 때는 광명시장 출마를 준비하다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투병 중에 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메모지에 등장하는 8명 가운데 유일하게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은 인물이다. 나머지 7명은 전ㆍ현 청와대 비서실장이거나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대선자금과 연결돼 있다. 검찰로선 이들보다는 홍 지사를 첫 수사타깃으로 삼는 것이 부담이 적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 지사는 경남 창녕 출생으로 1995년까지 12년 동안 검사로 일하다 신한국당에 입당해 4선 의원을 지냈다. 홍 지사는 2013년 5월 “적자 누적과 기득권만 유지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에서 진주의료원 회생 가능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해 논란을 만든 바 있다. 올해에도 경남도 내 초ㆍ중ㆍ고 무상급식 사업에 대해 예산지원을 중단해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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