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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제 파행 부른 정부 반토막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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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제 파행 부른 정부 반토막 지원

입력
2015.04.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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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최소 제작비 5000만원 불구 올해 지원금 1800만~2500만원

연극협회, 예술위 업무방해 고소… 극장 안전결함 공익감사 청구도

13일 서울연극제 공연을 앞두고 임시 폐관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박장렬(가운데)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 등 연극인들이 일방적인 폐관 통보에 항의하는 뜻으로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연극제 공연을 앞두고 임시 폐관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박장렬(가운데)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 등 연극인들이 일방적인 폐관 통보에 항의하는 뜻으로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을 둘러싸고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는 서울연극제 공연을 앞두고 무대안전 문제로 문을 닫은 아르코예술극장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연극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위축된 연극제의 현실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서울연극협회는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이 취소된 극단 관계자들과 집행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공연센터 운영부를 이번주 내 형사상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위가 아르코예술극장 폐쇄 명분으로 내세운 무대 안전결함 역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예술위와 서울연극협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대관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당시 예술위는 대관심의에서 ‘신청서 자료가 미비하다’ ‘최근 1~2년간 서울연극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서울연극제를 탈락시켰고, 연극협회는 유인화 공연예술센터대표 등을 명예훼손ㆍ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로 시작한 서울연극제는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매년 열려온 공연예술 행사로, 2006년부터 서울문화재단 후원을 받아왔다.

예술위가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2편에 대해 대관을 받아들여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연극제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무대장치 이상으로 극장이 일시 폐쇄되면서 갈등은 재연됐다. 예술위는 “사용 가능한 공연장 중 유사한 공연장을 제안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서울연극제 측과 성실히, 원칙에 따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연극협회는 예술위가 대안으로 제시한 동숭소극장과 아트원시어터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598석, 아트원시어터와 동숭소극장은 158~365석 규모다.

얼핏 보기엔 안전 문제로 인한 우발적 갈등이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연극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극도로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다. 서울연극제를 둘러싼 정부와 연극계의 갈등은 2011년에도 불거져 나왔다. 정부가 예술인 창작지원 사업을 전국단위인 ‘예술표현활동 지원사업’에서 지역단위인 ‘지역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으로 바꾸며 서울지역 예술인 창작지원금이 47억4,900만원(전국 예산의 24.6%)에서 이듬해 25억8,900만원(15.7%)으로 대폭 삭감됐다. 그 여파로 서울연극제 예산도 3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올해 예산은 2억9,000만원으로 공식경연작품에 지원되는 기금은 소극장 기준 1,800만원(대극장 2,500만원)으로 2010년 3,5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임선빈 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은 “창작 연극 한 편당 제작비는 소극장은 최소 5,000만~6,000만원, 대극장은 1억5,000만원에 이른다”며 “참가극단들이 창작극의 명맥을 잇고, 상징적 무대인 아르코극장에 서는 명예를 위해서 자체 출혈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지원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연극제는 크게 위축됐다. 2010년 이전 60~70편에 달했던 경연 출품작 수는 올해 40편으로 줄었다. 대학로의 임대료는 치솟고 순수 연극이 정부 지원 없이 존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예산감축이 작품의 질적 하락을 초래하고 다시 정부 지원이 축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남명렬 서울연극협회 부회장은 “돈으로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 생계비가 있듯이 공연에도 최저 제작비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김명화 연극평론가는 “연극은 약속의 예술이다. 관객에게 정해진 날 막을 올려서 최선의 무대를 주는 게 연극인들의 의무”라며 “극장 경영인은 연극인들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의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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