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국가 정상급 인사와 국제적 기업의 CEO들이 대거 참석한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에서 황망한 일이 발생했다. 참석자들이 경악하고 대통령 경호원들이 단상위로 뛰어오르는 다급한 상황이 빚어졌다.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각국의 내빈 들이 단상에 올라 자격루(물시계) 퍼포먼스를 위해 줄을 당기는 순간, 높이 2m의 자격루 구조물이 내빈들 쪽으로 넘어지면서 항아리에 담긴 물이 쏟아진 것이다. 줄을 당기면 구조물 위에 있는 항아리에 담긴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나, 아예 구조물 자체가 자빠져버렸다.
인명사고는 없었으나 대통령까지 참석한 국가행사에서 우리의 변변치 않은 행사진행 수준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적 망신을 당한 꼴이 됐다. 특히 청와대는 행사 전에 안전을 이유로 자격루 퍼포먼스를 생략하도록 요구했으나 대회 조직위원회가 무리하게 강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사는 사전에 리허설을 철저히 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직위 측은 사전에 수 차례 줄을 당겨 물이 제대로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했지만 내빈들이 직접 예행연습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내빈들이 줄을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구조물 자체가 쓰러졌다는 주장이지만 변명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17일까지 계속되는 물포럼은 전 세계가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키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전문기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물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세계적 행사다. 이번 행사는 그래서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가 중심이 돼 주관하고 있다. 이런 행사의 준비가 이 정도로 안이했다니 차마 믿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7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비롯,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나 지자체가 주최하는 굵직한 국제행사가 즐비하다.
그러므로 이번 사고를 한낱 해프닝 정도로 가볍게 치부해버릴 일은 아니다. 국가 전반의 기강이 크게 해이돼 있는 징표로 볼 수도 있다. 으레 그렇듯 이번에도 기관들끼리 서로 미루기를 하고 있으나 제대로 책임소재를 밝혀 추후 재발을 방지하는 엄중한 경계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의미와 사후 처리는 크게 다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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