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개 기록한 경우도… 스피스는 버디만 28개
제7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이글 풍년’으로 갤러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13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이번 마스터스에서는 이글이 대회 사상 최다 47개가 쏟아졌다. 4라운드에서만 17개의 이글이 나와, 종전 최다 기록인 37개(1991년)를 훌쩍 넘어섰다.
2번, 8번, 13번, 15번 등 4개의 파 5홀 중에서 가장 쉬운 13번 홀에서 이글 20개, 15번 홀에서 9개가 나왔다. 2번 홀에서는 8개, 8번 홀에서는 7개의 이글이 쏟아졌고, 나머지 3개는 3번ㆍ14번, 파 4홀에서 나왔다.
선수들도 ‘이글 잔치’에 덩달아 신이 났다. 더스틴 존슨(31ㆍ미국)은 11일 2라운드에서 대회 사상 최초로 하루 3개의 이글을 기록했다. 마쓰야마 히데키(23ㆍ일본)는 2,3라운드에 이어 4라운드에서도 13번 홀(파5)에서 또 이글을 기록해 총 3개의 이글을 수집했다. 디펜딩챔피언 버바 왓슨(37ㆍ미국)은 4라운드 2번ㆍ13번 홀(이상 파5)에서 이글 2개를 낚았다. 필 미켈슨(45), 모건 호프먼(26ㆍ미국), 로리 매킬로이(26ㆍ북아일랜드) 등도 이글을 2개씩 보탰다.
이글 풍년 행렬에는 배상문(29)도 동참했다. 배상문은 4라운드 165야드를 남기고 친 14번 홀 두 번째 샷이 핀 오른쪽에 멀찍이 떨어졌다가 거꾸로 회전을 먹고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묘기를 선보였다. 재미 동포 케빈 나는 2라운드 13번 홀에서 이글로 갤러리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대회 챔피언 조던 스피스(22ㆍ미국)는 정작 이글을 낚는 행운에서 배제됐다. 스피스는 나흘 내내 버디만 28개나 낚아 총 18언더파 270타를 쳤지만 이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선수들은 부드러운 그린 덕택에 이글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통적으로 마스터스 대회는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이 높다. 볼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수m를 족히 굴러갈 만큼 미끄럽다는 의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볼이 유리알 같은 그린에 튀어 구른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흘러 핀 가까이 붙었다는 얘기다. 장타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타이거 우즈(40ㆍ미국)는 기자회견에서 “예년에 비해 그린이 너무 부드럽다”며 대회 조직위원회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 4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우즈는 이번 복귀전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꿨지만 9번홀에서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등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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