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차 관문은 현직 오바마 / 내 편 만들되, 정책 차별화가 관건
② 대중 호불호 극명한 남편 / 르윈스키 스캔들 등 부정 평가 많아
③ 부시 가문과의 리턴 매치 / 젭 부시 그리고 두 전직과의 일전
④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 / 인지도 높지만 외교실책 등 쟁점

사실상 민주당 단독 후보로 여겨지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이 12일 마침내 2016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미국에서 최초 흑인대통령에 이어 최초 여성대통령이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클린턴 전 장관의 선언은 이날 오후 3시쯤 선거캠프 홈페이지(www.hillaryclinton.com)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2분19초짜리 동영상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중산층 경제’를 강조하며, 인종과 세대ㆍ계층 구별 없이 모든 미국인의 행복을 꿈꾸는 비전으로 제시했다. 동영상에는 딸을 홀로 키우는 ‘슈퍼 맘’, 진학을 꿈꾸는 여대생 등이 출연해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를 호소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딸 첼시 클린턴(35)도 모친의 선거운동에 가세했다. 첼시는 13일 일부 공개된 월간 엘르 5월호에 표지 모델로 등장했으며, 인터뷰에서 미국에 여성 지도자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는 기회균등이지만 남녀와 관련해서는 아직 기회균등이 실현되지 않았다”며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면 이런 근본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첼시는 미국 상원의원의 20%가 여성이지만 기회균등을 따지자면 여전히 형편없는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미국 역사상 여성 군 통수권자의 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잠룡(潛龍)들에게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2016년 11월 최종 승리를 거머쥐려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갈 길이 먼 대권을 향한 장기 레이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4명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 오바마
1차 관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진영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새로운 관계 구축에 골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 판도를 흔들 충분한 힘을 지닌 현직 대통령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되, 차별화도 성공해야 하는 묘수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1953년 해리 트루먼 이후 같은 당파가 12년 연속 집권한 사례는 로널드 레이건을 이은 조지 H 부시 밖에 없는데, 오바마(46%)의 인기는 레이건(57%) 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현 정권과의 연속성을 강조하되, 대외 정책에서는 적절한 거리 두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 빌 클린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극복해야 할 인물이다. 빌 클린턴은 가장 가까운 정치적 조언자이지만, 존재 자체가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빌 클린턴은 ‘미국 경제 호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34점)이지만 ▦르윈스키 스캔들 ▦대중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는 점 때문에 아내에게 미치는 부정적(37점) 점수가 3점 더 높았다. 이 때문일까. 대선 출전을 알리는 동영상에는 빌 클린턴은 지나가는 배경 화면에 잠깐 비쳤을 뿐이다.
클린턴 대 부시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대선을 클린턴 가문과 부시 가문의 리턴 매치로 바라보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직접적으로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넓게 봐서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포진한 ‘부시 패밀리’와 일전을 치러야 한다. 클린턴 전 장관의 선언이 나오자마자, 부시 전 주지사는 지지자들에게 “그녀를 멈춰야 할 때가 됐다”며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또 출마선언 직전에는 “클린턴 외교정책은 오바마 정책과 연결돼 있다. 그들은 동맹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우리의 적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대 클린턴
모든 전문가들은 가장 큰 적을 힐러리 클린턴 그 자신이라고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전 장관은 정치인 보다는 연예인에 가까울 정도로 인지도가 높으며, 모든 미국인이 싫든 좋든 그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관계자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모든 잠재 경쟁자 대비 압도적으로 지지율이 높지만, 지지도 하락하는 추세에 놓인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선 승리는 향후 선거 기간 지지율 하락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클린턴 재단의 외국 기부금 논란 ▦국무장관 재직 중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 ▦리비아 무장반군이 벵가지 미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대사 등 4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던 벵가지 사건 등이 대선 가도에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세론에 들떠 거창하게 치렀던 2007년의 출마 선언과 달리, 이날 ‘겸손한’ 출정식을 치른 것도 8년 전 실수를 반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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