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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Lying and Distancing Language (거짓말과 딴소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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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Lying and Distancing Language (거짓말과 딴소리하기)

입력
2015.04.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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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뇌물을 받아먹고도 증거가 없으면 일단 발뺌을 한다. 때로는 남 얘기를 하듯 선문답으로 순간을 모면한다. 한 기업인이 자살을 하면서 내던진 유언의 파장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정치인들은 처음에는 ‘저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 ‘얼굴은 아는데 친한 사이가 아니다’며 거리를 두다가 할 수 없으면 막판에 인정을 한다.

동문서답 식 화법은 거짓말을 하거나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뇌물을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에 ‘예’ ‘아니오’가 아니라 ‘제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돈을 받았겠습니까?’식으로 응답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Distancing Language(DL)다. ‘Did you receive the bribery?’라고 묻는데 ‘Why would I do such a thing?’이나 ‘I wouldn’t do such a thing’식으로 돌려 말하는 것을 ‘의도적 거리 두기 화법(verbal distancing)’이라 한다. 통계에 의하면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거짓말이라고 한다.

법정에서 진술할 때에도 교묘하게 핵심을 피해 가는 방법이 있다. ‘Did you drive your car to the park?’라고 묻는데 ‘I drove the car to the park’식으로 대답하는 것이 좋은 예다. 자신의 차인데도 my car라고 하지 않고 the car처럼 돌려 말하여 일말의 책임을 면하려는 꼼수다. 거짓말 탐지에서도 사소한 말 한 마디(micro e-pressions)나 몸짓으로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지만 역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Distancing Language를 사용하느냐이다. Bill Clinton이 ‘I didn’t have sex with THAT WOMAN’식으로 대답했을 때 Monica Lewinsky를 her대신 that woman으로 표현한 것도 의도된 거리 두기다. Nixon대통령이 ‘I’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이라고 강변했지만 극단적인 표현도 역설적 인정을 의미한다.

근래 들어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직역해서 ‘out of body discourse’라고 한들 영어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당사자로서 책임져야 할 입장인데도 마치 남의 얘기하듯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이 유체이탈 화법이라면 그 또한 Distancing Language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자랑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그 문장에는 주어가 없다’고 말하던 전직 대통령도 이런 화법을 즐겨 사용했었다. Distancing Language는 때로 Deceptive Language(속임수 언어)라 불린다. 그 출발점이 책임 회피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모두를 분노케 하는 나쁜 화법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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