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두산과 LG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열린 12일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민병헌(28ㆍ두산)이 취재진을 보자마자 부탁을 했다. 캐치볼을 마치고 벤치 쪽으로 걸어오던 그는 “진짜 오늘은 나가고 싶은데 또 못나가요. 감독님께 대산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민병헌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 2루타를 치고 왼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꼈다. 스프링캠프 숙소 안에서도 방망이를 휘둘러 룸메이트 최재훈이 “형,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말릴 정도였지만, 시즌 3경기째 만에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두산 관계자는 “일반인의 경우 2주간의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게 병원 진단이다. 타격할 때 어려움은 없지만 수비가 문제”라며 “절대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생각이다”고 밝혔다. 반면 3경기째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민병헌은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80~90%는 된다. 내가 못 뛰어가도 정수빈이 커버해 준다고 했다”며 “아, 오늘은 정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 라이벌전에 대한 승부욕이었다. “욕을 먹어도 그라운드 안에서 먹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144경기 체제를 맞아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지만, 민병헌은 “캠프 때 훈련한 게 아까워서라도 매일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우연히 취재진과 민병헌의 대화를 듣던 김태형 감독이 한 마디 거들었다. 이미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제출된 상황. 김태형 감독은 “(민)병헌아, 제발 경기 중에 내 눈 좀 쳐다보지 마라. 그래도 널 내보낼 일은 없다”고 웃었다.
하지만 승부가 박빙으로 흐르자 민병헌이 대타로 나섰다. 2-1로 팀이 앞서던 8회초 2사 1ㆍ3루에서였다. 민병헌은 5번 고영민 타석 때 등장했고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었다. 이후 곧장 대주자 양종민과 교체되며 마침내 ‘출전’의 한을 풀었다.
두산은 주전 안방마님 양의지도 가벼운 목 통증으로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김태형 감독은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휴식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며 최재훈을 8번 타자 포수 자리에 집어 넣었다.
아울러 팀 주축 타자들이 2명이나 한꺼번에 빠지면서 타선에 변화가 생겼다. 정수빈과 최주환이 테이블 세터를 맡고 김현수 홍성흔 오재원이 3~5번 중심 타선을 꾸렸다. 6번부터 9번까지는 김재환 국해성 최재훈 김재호 순이었다.
잠실=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사진=두산 민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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