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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확… 차의 인상 '그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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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확… 차의 인상 '그릴'에 달렸다

입력
2015.04.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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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에 공기 공급해 열 식히는 역할

현대·토요타 정체성 확립하고

BMW 등은 브랜드 철학 투영

소비자 눈길 끌려고 차별화 경쟁

엠블렘과 V자형 그릴이 조화된 르노삼성 패밀리 룩의 시작 QM3.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엠블렘과 V자형 그릴이 조화된 르노삼성 패밀리 룩의 시작 QM3.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Grille)’은 공기 통로다. 엔진에 공기를 공급해 열을 식혀 주는 역할이지만 차 정면에 있다 보니 디자인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못생긴 차’로 평가되는 자동차들은 그릴 디자인부터 형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시선을 잡아 끄는 매력적인 그릴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결과물들은 엠블럼(Emblem)과 결합돼 ‘패밀리 룩’이란 이름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들은 디자인 철학을 녹여내고, 타 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디자인의 ‘화룡점정’ 그릴

최근 몇 년 간 새로운 그릴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완성차 업체는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꼽힌다. 해외 자동차업체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 현대차는 육각형 의 ‘헥사고날(Hexagonal) 그릴’을 사용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헥사고날 그릴을 처음 도입한 차는 2009년 출시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ix다. 이후 현대차는 차급과 차종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릴 디자인으로 이원화했다. 소형ㆍ준중형 승용차와 SUV에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하고,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등 중대형 차에 날개 모양의 ‘윙타입 그릴’을 붙였다.

헥사고날 그릴의 완성은 2013년 11월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2.0’이 처음 적용된 제네시스 그릴은 안정감과 세련미를 갖춘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여기 고무된 현대차는 윙타입 그릴을 버리고 전 모델에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해 일원화했다.

렉서스가 2011년 미국 뉴욕 오토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LF-GH’는 상단과 하단 그릴이 한 덩어리로 합쳐진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렉서스 ‘스핀들(Spindle) 그릴’의 시작이다.

헥사고날 그릴의 완성판 신형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제공
헥사고날 그릴의 완성판 신형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제공
K7의 호랑이코 그릴. 기아자동차 제공
K7의 호랑이코 그릴. 기아자동차 제공
렉서스 IS F 스포츠의 스핀들 그릴. 렉서스 제공
렉서스 IS F 스포츠의 스핀들 그릴. 렉서스 제공

2012년 스포츠 세단 GS 완전변경 모델부터 양산차에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 렉서스는 역사다리꼴인 상부 그릴과 팔(ハ)자 형태 하부 그릴 크기에 변화를 줘 차종별 성격을 드러냈다. 주행성능을 강조한 차는 하단 그릴 크기가 더 작고, 승차감을 중시하는 차는 상단과 하단 그릴을 비슷한 크기로 만드는 식이다.

렉서스는 ‘좋은 디자인’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공언한다. 대신 한번만 봐도 인상이 깊이 박히는 강렬한 디자인을 지향한다.

이밖에 기아자동차는 호랑이 얼굴 모습에서 착안한 일명 ‘호랑이코 그릴’, 르노삼성자동차는 ‘태풍의 눈’ 엠블렘과 V자 형태 그릴이 합쳐진 패밀리 룩으로 유명하다. 기아차는 2008년 6월 중형승용차 로체 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꾸준히 호랑이 코 그릴을 적용 중이다. 지난 1월 SM5 노바 출시로 전 차종 패밀리 룩을 완성한 르노삼성은 패밀리 룩 도입 전보다 판매량이 33% 늘었다.

그릴에 담긴 심오한 철학

자동차의 그릴은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람의 신장을 닮은 BMW의 아이콘 ‘키드니(Kidney) 그릴’이 대표적이다. 1931년 2인승 로드스터에 처음 도입돼 84년간 장착된 키드니 그릴은 길이나 크기는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 형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BMW 측은 “함부로 변화하지 않고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 정상에 도달하려는 남부 독일 마에스트로(장인) 정신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100년이 넘은 ‘세 꼭지별’과 그릴을 고집한다. 그릴 안에 세 꼭지별이 포함돼 있으면 주행성능을 강조한 차, 보닛 위에 서 있으면 중후한 모델이란 의미다.

최근 디자인 철학은 복잡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의 뿌리인 ‘엘피네스(L-Finesse)’가 대표적이다. 첨단기술(Leading-Edge)과 일본인 특유의 정교한 처리(Finesse)를 합친 엘피네스는 장인 정신을 담은 심도 있는 디자인을 강조한다.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일반인들에게는 난해한 편에 속한다. 최긴에는 유체가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과 매끄러운 조각 느낌의 유기적 디자인을 앞세운 플루이딕 스컬프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제된 세련미를 강조한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으로 발전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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