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 Caesar가 원로원에 고했다는 전황보고 “I came, I saw, I conquered”(Veni, vidi, vici)는 접속사 없이 단문을 열거한 것이다. 역시 흔한 문장은 아니지만 “Tell me, how are you?”라 묻는 현대 영어의 질문도 두 절이 접속사 없이 연결되어 있있다. 접속어 없이도 의미가 통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표기한 것이다. 이를 일명 병렬 구조(parataxis)라 한다.
“We ran, we sang, we told jokes”라는 문장이 있다고 하자. 문장의 의미 연결이 매우 껄끄럽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들 절 사이에 접속어를 삽입해 “As we ran, we sang and told jokes”처럼 접속사 as와 and의 활용만으로도 자연스런 연결이 된다. 복합절의 종속 개념식 나열(hypotaxis)을 하면 의미가 분명해진다. 이를 좀더 쉬운 문장 몇 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It was sunny. We went for a walk. (2)It was sunny; we went for a walk. (3)It was sunny, and we went for a walk. (4)It was sunny, so we went for a walk.
위에서 (1) (2) 문장은 독립 연결이고 (3) (4)는 종속 연결인데 그것은 외형상의 구조 분류일 뿐 내용으로 보면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영어에서는 접속어를 사용해 표현하는 반면 동양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향이 다분하다. 우리말이나 한자어에서 ‘동서남북’ 어구에 접속어가 없는 데 반해 영어에서는 ‘east, west, north AND south’라 쓴다. 일부 Style guide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and 앞에 comma를 붙이기도 하고 없이 쓰기도 하지만 접속사 and는 반드시 사용한다. 이는 일반적인 나열이나 병렬 구조에서 모두 마찬가지다. ‘A, B, C and D’처럼 표기하고 ‘Bread & Coffee Co.’같은 간단한 브랜드 이름에서도 and라는 접속어가 들어가야 정석이다. 중학교 때 배우는 동일 지칭에서도 “He is a good singer and teacher for us”처럼 and의 기능 없이는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우리말에서는 “그녀는 가무를 즐긴다”고 말할 때 ‘노래와 춤’을 하나의 어구 ‘가무(歌舞)’로 표기 가능하지만 영어에서는 “She likes singing AND dancing”으로 써야 구조나 의미가 완벽해진다. 좀더 어려운 병렬 구조에서 “She left, BUT we remained”처럼 but이 없다면 두 내용이 연결성 없이 나열될 뿐이다.
소설가 Hemingway나 Chandler는 단순 나열법을 통해 문장 효과를 보았지만 수사학적 이유가 아니라면 영어의 접속사는 다른 언어보다 필요성이 높다. 단순 명칭이든 고유 명사이든 구두점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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