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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 피해자들은 모욕죄 위헌소송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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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 피해자들은 모욕죄 위헌소송 낸다

입력
2015.04.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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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인 SLR클럽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를 기억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여기에 A씨는 ‘곧 중력절이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중력이 최고조로 올라간 날이라는 의미의 중력절은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비상식적인 글에 분노를 느낀 직장인 B씨는 ‘일베충’이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를 당했다. A씨는 100만원을 제시하며 합의를 요구했다.

고소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B씨는 합의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A씨가 모욕죄를 악용한 전문 고소꾼이었다는 정황이 나온 것. A씨는 B씨 외에도 ‘일베충’, ‘벌레’라는 댓글을 단 20여명을 죄다 고소했다. 그러고선 일베 사이트에 ‘중력절 기념으로 고소 이벤트하고 왔다’는 인증 글을 올렸다. 이 사건은 결국 A씨가 고소를 취하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용인 가능한 수준의 비난이나 조롱 섞인 표현을 쓴 이들을 무차별 고소해 합의금을 타내는 모욕죄 악용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피해자들이 모욕죄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모욕죄 악용 피해자들은 12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지하 1층 느티나무홀에서 설명회를 열어 빠르면 13일 모욕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들은 형법에 모욕죄 조항을 그대로 두는 한 악용 사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센터장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욕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주관적 개념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공권력이 개입해 처벌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모욕죄가 더 이상 남용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을 도와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모욕죄가 국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통로를 차단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의도적으로 지속해서 악성 댓글을 다는 ‘악플러’는 막아야겠지만, 공적 분노를 일으키는 발언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용인 가능한 수준의 반응을 하는 것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욕죄 악용 사건의 한 피해자는 “사건 이후 일상 생활 속에서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서는 버릇이 생겼다”며 “법망을 교묘히 악용해 금전적 이익을 챙기려는 고의성 짙은 기획 고소를 막을 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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