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임나(任那)

입력
2015.04.12 16:37
0 0

‘임나(任那)’는 송서(宋書)를 비롯한 중국 사서(史書)나 일본서기(日本書紀) 등 일본사료에는 물론이고 한국측 사료에도 등장한다. 광대토대왕비 경자년(400년) 기사의 ‘임나가라(任那加羅)’, 삼국사기 강수(强首)전의 ‘신은 본래 임나가라인(臣本任那加良人)’, 봉림사진경대사보월능공탑비문의 ‘임나 왕족을 이은 신김씨(新金氏)’가 그것이다. 신라 신김씨의 원조인 김유신이 금관가야 왕족임에 비추어 임나는 가야연맹의 중심으로 크게 세력을 떨쳤던 금관가야의 별칭일 가능성이 크다.

▦‘임나’의 일본식 음독인 ‘미마나(彌摩那ㆍ三間名ㆍ御間名)’가 고대 가야어로 ‘종주국’이나 ‘본국(本國)’을 뜻한다는 비교언어학적 해석도 이와 통한다. 이와 달리 중국, 특히 일본측 사료의 ‘임나’는 때로는 가야 전체의 별칭으로, 때로는 가야연맹에 속한 특정국이나 지역, 즉 김해(금관가야)ㆍ고령(대가야)ㆍ함안(아라가야) 등을 가리켰다. 어떻든 ‘임나’라는 나라나 지역이 한반도 남부에 분명히 존재했다는 점에서는 한중일 3국의 역사 인식에 별 차이가 없다.

▦ 그러나 이 ‘임나’에 ‘일본부’를 붙인 ‘임나일본부’의 함의는 완전히 다르다. 일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식민사관의 핵심인 ‘임나일본부설’, 즉 일본의 야마토(大和) 정권이 369~562년에 걸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주장을 일깨운다. 2000년대 들어 일본우파의 역사 정당화 흐름 속에서 일본의 일부 교과서가 ‘야마토 조정이 한반도 남부의 미마나라는 곳에 거점을 둔 것으로 여겨진다’고 그런 주장을 잇기 시작했으나 일본 학계에서조차 재고할 가치가 없는 이설(異說)로 굳어진 지 오래다.

▦ 다만 일본 고대국가와 가야의 긴밀한 교류는 부인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임나일본부를 외교ㆍ통상기구나 그 사절(단)으로 의미를 축소해 해석하거나 아예 ‘가야의 일본열도 진출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지난주 ‘임나’에서 ‘임나일본부’ 냄새를 억지로 맡은 엉뚱한 보도가 이완구 국무총리까지 흥분시켰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려면 의욕보다 정확성이 중요함을 거듭 일깨운 소동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