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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못 간다면 특사의 격이라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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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못 간다면 특사의 격이라도 높여야

입력
2015.04.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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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2차대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불참을 공식 발표했다. 대신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새누리당의원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남북 정상을 동시 초청하면서 이미 북한 측으로부터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참석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두고 미ㆍ중ㆍ일이 유례없이 복잡하게 얽혀 갈등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대(對)러 관계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로 보고, 대통령의 참석을 주문한 바 있다. 무엇보다 형식과 내용을 떠나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박 대통령 집권 3년 차인 올해 남북관계의 활로를 열지 못하면 다음 정권까지 대북 관리 공백이 10년을 넘기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 결정은 크게 아쉽다.

물론 정부가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고뇌를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대한 항의표시로 불참 결정을 한 상황이 크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미일동맹 강화구도 등 여러 요인도 운신 폭을 더 좁혔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뒤집어 러시아를 동북아 국면관리의 활용변수로 끌어들이는 등 상황에 보다 적극적, 공격적으로 대처하는 방안도 고려했어야 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대북 포위망의 출구로 삼으려는 시도를 사전 차단하는 효과 면에서도 그렇다.

어쨌든 기왕 대통령 불참을 결정했다면, 대신 참석하는 특사의 격(格)이라도 맞출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어려운 입지 탈출의 돌파구로 이번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 참모에 불과한 의원 한 명의 파견은 어울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방러를 기대한 러시아 입장에서는 도리어 불쾌해할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으로 이익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 손해를 피하는 방안은 찾아야 한다. 총리 등 국가의 대표성과 성의를 담보할만한 인사로 격을 높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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