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과 AK백화점이 수원역에서 육교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수원역의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싶고 AK백화점은 롯데 좋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수원시 롯데몰 수원역점과 바로 옆 수원역사 사이에는 90여m 길이의 육교가 놓여있다. 두 건물의 2층이 이어진 것 같지만 수원역사 2층을 10m 정도 남겨두고 육교가 끊어져있다.육교가 끊어진 이유는 AK의 허가 없이 롯데가 육교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초 롯데는 수원역점과 수원역사를 두 건물 사이 버스환승센터를 매개로 연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원시의 버스환승센터 완공 일정이 2016년 말로 연기되면서 롯데는 보행 육교를 짓기 시작했다. 버스환승센터가 완성될 때까지 수원역사 2층과 몰 2층의 연결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산됐다. 수원역사 2층 대합실과 부속시설에 대해 점유권을 가진 애경그룹 계열 '수원애경역사㈜'가 육교 연결을 허락하지 않았다. 애경은 AK네트웍스를 통해 수원역사 민자개발사업에 투자, 현재 84%의 지분을 갖고 있고 역사와 연결된 AK몰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일단 지난해 11월 몰을 개장한 뒤 올해 초까지 애경에 보행육교 연결 협조 공문과 육교 완공을 요구하는 2천명의 서명을 보냈다. 그러나 애경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관련 서류를 모두 되돌려 보냈다.
애경은 "2016년 말 버스환승센터가 완공되면 어차피 철거될 육교를 롯데가 임의로 지은 것"이라며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육교가 완공되면 보행자들은 24시간 롯데몰의 42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수원 서둔동, 평동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며 "수원시나 코레일이 시민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방안이 무엇인지 판단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속셈은 다르다.
현재 롯데는 수원에서 고전하고 있다. 수원역과 연결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수원역 유동인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육교를 건설하면 기존 500m의 동선을 100m로 줄일 수 있다. 반면 애경은 AK몰의 강력한 경쟁자인 롯데몰로 수원역 유동 인구가 쉽게 유입되는 것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 특히 롯데가 수원시민의 편의를 위해 육교를 건설했다는 말에는 얄밉기 까지 하다. 양측의 속셈을 모두 알고 있는 수원시가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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