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의 일본자금을 등에 없고 일본계 금융사들이 국내 대부업과 저축은행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침 없는 행보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며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 소멸시효 지난 부실채권 판매에 우는 서민들
SBI저축은행은 최근 소멸시효가 지난 부실채권(NPL)을 추심전문업체에 수백억원에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NPL의 비중이 통상 10%보다 많은 50%에 육박하는 점을 이유로 추심전문업체가 잔금 지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일반 금전거래에서 채무자는 통상 마지막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빚을 갚아야 할 의무에서 벗어난다(채권소멸시효 제도). 다만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 명령을 신청하고,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상환 의무는 다시 생긴다. 법을 잘 모르는 서민이라면 법원의 지급 명령을 통보 받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 갚지 않아도 될 빚을 다시 지게 된다. 소멸시효가 지난 NPL을 매각하고 사들이는 금융사가 노리는 것이 바로 점이다. NPL 판매 행위를 법으로 규제할 방법은 현재 없다. SBI의 NPL매각이 성사됐다면 서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일본계 금융사 대부업ㆍ저축은행 장악
SBI저축은행은 일본계 투자금융사인 SBI 홀딩스가 지난해 3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회사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산이 전체 저축은행 자산의 10%나 되는 업계 1위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SBI를 포함해 일본계 대주주가 소유한 OSB, 친애, OK, JT 등 5개 저축은행의 자산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저축은행 자산의 19.8%를 차지한다.
대부업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의 자산 100억원 이상 상위 10개 대부업체 총자산 변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계가 대주주인 아프로파이낸셜, 산와머니, 미즈사랑, KJI 등 4곳의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이 상위 10개 대부업체 총 자산의 42.2%나 된다.
대표적 서민 업종인 대부업과 저축은행이 사실상 일본계 금융사에 장악 당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외국계 금융사 관리ㆍ감독 강화해야
문제는 일본계 금융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면서 SBI의 사례처럼 금융당국의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을 이용하고 있어 피해가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일본계 금융사는 대부분 개인신용 대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래자 수가 국내 업체보다 2~3배 많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그러나 법보다 관치의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금융 규제 특성 때문에 일본계 금융사가 국내 업체보다 금융당국의 감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결국 서민들이 빚을 연체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계 금융업체들에 금융감독의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성환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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