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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그의 영화 같은 목청

입력
2015.04.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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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의 옛 노래 중에 ‘언제나 영화처럼’이란 곡이 있다. 메가 히트는 못했다. 그럼에도 가사 중 “나의 모자람도 너의 외로움도 개성이 되고”라는 구절을 요즘도 곱씹을 때 있다. 전인권은 이 대목에서 특유의 하이 톤을 과시한다. 나는 그 목소리 자체가 하나의 ‘모자람’이자 ‘외로움’이자 그만의 ‘개성’이라 여기는 동시에, 세상에 한편뿐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그의 목청은 ‘야수성’이라 표현하는 것만으론 모자란, 끈적끈적하고도 섬뜩한 공명이 있었다. 그 소리에 실려 들려오는 가사는 범상한 말이라도 특별한 울림을 준다. 커다란 나무가 온몸을 휘어 감는 것 같기도 하고, 날개 다친 새가 고통을 꾹 누르며 발돋움 하는 게 연상되기도 한다. 어떤 결핍과 응전, 고독과 분투가 느껴지는 거다. 그건 곧 그가 산 삶의 내용에 진배없다.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물성은 타고난 음색의 아름다움이나 훈련에 의한 가공으로만 독창성을 갖는 게 아니다. 목소리의 기본은 호흡이고, 호흡의 원천은 삶 자체다. 누구나 자신만의 삶이 있고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가수라면 목소리가 삶의 형식이자 내용이 된다. 그 형식과 내용이 일체화된 현존은 아무리 모자라고 외롭고 보잘것없어도 그만이 실연할 수 있는 고유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육십갑자를 돌며 갖은 신산의 터널에서 막 빠져 나온 그가 자신만의 영화를 잘 완결하길 바란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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