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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검찰이 메모지 못주겠다며 가져가... 파문 축소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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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검찰이 메모지 못주겠다며 가져가... 파문 축소 의도"

입력
2015.04.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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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통해 인수하려 했지만

열람도 못하고 받지도 못해"

"검, 언론 보도로 늑장 공개" 지적도

검찰 "수사 단서… 정당한 압수"

경찰도 시신 수습중 발견… 침묵

10일 충남 서산의료원에 마련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에 발인 날짜와 장지를 적은 게시문이 붙어 있다. 유족들은 13일 오전 발인해 서산시 음암면 도당리에 마련된 성 전 회장의 어머니 묘소 옆에 매장할 예정이다. 서산=연합뉴스
10일 충남 서산의료원에 마련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에 발인 날짜와 장지를 적은 게시문이 붙어 있다. 유족들은 13일 오전 발인해 서산시 음암면 도당리에 마련된 성 전 회장의 어머니 묘소 옆에 매장할 예정이다. 서산=연합뉴스

현 정부 실세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담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지를 검찰이 유족에게 인계하지 않았고 열람요구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모지에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자 검찰이 파문의 축소를 위해 유족도 접근할 수 없게 한 것이라고 유족 측은 주장하고 있다.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10일 성 전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9일 오후 11시쯤 서울 종로경찰서에 성 전 회장의 유품을 받으러 간 큰 아들이 다른 유품과 함께 메모지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검사 한 분이 와서 못 주겠다고 했다”며 “변호사를 통해 유가족의 권리니까 받아야겠다고 재차 말씀 드렸는데도 열람도 못하고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유품 인계를 거부한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와 특수부 소속 검사 두 명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메모지 인계 거절 과정에서)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고 ‘이해해 달라’고만 말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검찰은 ‘메모지 1장, 휴대폰 1개, 현금 8만원, 장갑 1쪽, 면봉 2개, 휴대폰 1개, 안경 1개, 모자 1개’라고 손으로 적은 유류물 확인서만 유족 측에 전달했다.

메모지는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윗옷 왼쪽 주머니에서 나왔다. 따라서 그가 애초 현 정부 실세들에 대한 금품 제공 내역을 보다 극적으로 공개할 의도를 갖고 메모지를 작성한 뒤 몸에 지닌 채 자살을 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런 핵심 유류품을 검찰은 유족에게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가져간 것이다. 물론 검찰은 이날 오전 공개 브리핑을 통해 메모의 존재를 밝히기는 했지만, 일부에서는 경향신문이 이날자로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 가진 인터뷰를 통해 금품 제공 의혹을 보도한 데 따른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메모지 압수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이며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는 메모지여서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시신 수습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 메모지가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침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수습 직후 A4용지 3분의 2크기의 흰색 메모지를 발견했지만 취재진과 유족들이 근처에 있어 펼쳐 보지 않은 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며 “고인의 신원이 특정됐고 유서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메모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빈소를 찾은 유족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 전 회장의 동생 성일종 고려대 겸임교수는 “자원외교는 1원도 횡령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돼 형이 상당히 억울해하고 섭섭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기업은 다른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형태로 자원외교에 참여했고, 돈 관리는 한국석유공사 등이 관리했기 때문에 (경남기업 정도 규모의 회사는) 통장 한 번 구경할 수 없는 구조”라며 “돈을 빼낼 수 없다는 사실은 검찰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동생인 성우종 도원이엔씨 대표는 메모지에 거론된 유력인사들과 성 전 회장 사이의 친분에 대해 “서로 바쁘다 보니 자주 왕래를 하지 못해 형제들은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서산=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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