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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의 55字, 정국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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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의 55字, 정국 발칵

입력
2015.04.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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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실세 8명 실명 적힌 '금품 전달 리스트' 메모 공개

언론 녹취에도 김기춘ㆍ허태열 거론, 당사자들 "황당하다" 의혹 부인

검찰총장 지시, 사실상 수사 착수

성완종 전 경남기업 전 회장이 지난 8일 자원외교비리 등 검찰조사와 관련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고 있는 모습. 다음날인 9일, 성 전 회장은 검찰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뉴시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전 회장이 지난 8일 자원외교비리 등 검찰조사와 관련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고 있는 모습. 다음날인 9일, 성 전 회장은 검찰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뉴시스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친박계 실세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내역을 적은 자필 메모지가 공개됐다. 메모지에는 김기춘ㆍ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근혜정부 핵심인사 8명의 실명이 적혀 있고, 이들 중 6명은 1억~7억원의 액수까지 기재돼 있다.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 기자회견에서 “2007년 대선 경선과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위해 뛰었다”고 주장한 것과 맞물려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메모지의 작성 경위 확인과 법리 검토를 지시, 사실상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밤 성 전 회장 시신 검시 과정에서 A4용지 절반 크기의 메모지를 그의 윗옷 주머니에서 발견, 10일 오전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반이 접힌 채 발견된 메모지에는 ‘허태열(7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김기춘(10만달러, 2006년 9월 26일 독일 베를린) 이병기 이완구’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장은 서병수 현 시장으로 추정되며,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하면 7인이 모두 친박계 실세들이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름만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메모에 담긴 총 글자 수는 55자”라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의 8인 가운데 허태열ㆍ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련한 구체적 정황이 담긴 성 전 회장의 생전 육성 녹취파일도 이날 공개됐다. 경향신문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3분 51초 분량의 음성파일에서 성 전 회장은 “2007년 대선 (경선) 캠프 때 리베라호텔에서 허태열 실장을 만나 7억원을 건넸다. 그 돈 갖고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2006년 9월 김기춘 실장이 벨기에ㆍ독일에 VIP(박근혜 당시 의원)를 모시고 가게 돼서, 내가 10만달러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문제의 메모와 녹취파일을 수사단서로 평가하고 필적감정에 나섰고, 해당 언론사에 미공개 녹취파일의 제출도 요청했다. 검찰은 북한산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성 전 회장의 휴대폰(2개) 통화내역을 확인하는 한편, 이날 김모(65) 전 경남기업 사장도 소환해 메모 내용 등을 조사했다. 박준호 전 경남기업 홍보상무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관련 자료를 요청할 경우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의 정치인은 모두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며 “맹세코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다. 허태열 전 실장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돈에 대해 결백할 정도로 엄격해 그런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원 한푼 받은 적이 없다”고 했으며 서병수 시장도 “성 전 회장과는 잘 아는 사이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들은 아예 “성 전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 전 회장은) 잘 모르는 사람이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홍문종 의원도 “음모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병기 실장은 “떳떳하게 조사받으라고 했더니 섭섭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이완구 총리는 “성 전 회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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