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서 벨트 등 252만원어치
경찰, 22명 전원 재입국시켜 조사
지난 3월 27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쇼핑몰 5층 매장은 때아닌 22명의 단체 학생들로 북적였다. 짧은 머리와 햇빛에 탄 구릿빛 피부의 얼굴을 한 이들은 다름 아닌 일본 고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이었다. 이중 몇몇은 등뒤에 일본어와 한자가 적힌 축구부 유니폼 차림이었다.
때마침 평소보다 일찍 매장을 연 A씨는 일본 학생들이 반가웠다. 쇼핑몰은 주로 오후에서 새벽 사이에 손님이 몰려 오전 장사는 거의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의 기대와 달리 학생들은 주인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거나 구석에 위치한 매장을 위주로 쇼핑을 했다. 수상하게 여긴 A씨가 학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자 무리에서 가장 앳된 학생 한 명이 A씨 매장으로 다가와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A씨는 물건을 팔겠다는 일념에 약 30분 동안 온갖 물건을 보여줬지만 그 학생은 친구들과 묘한 눈빛만 주고 받더니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
앳된 일본 학생들이 다름 아닌 단체 절도범이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출근한 매장 상인들이 매장재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총 9개 매장에서 벨트, 지갑 등 70여개 물건들이 사라진 것이다. 약 252만원어치였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일본인 K(18)군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일본 고교 축구부 소속인 이들은 친선경기 차 4박5일 일정으로 입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범행 당시 이들이 입고 있었던 유니폼을 통해 소속 학교를 확인한 뒤 학교 측에 22명 전원의 재입국을 요청해 최근 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여행 중 들떠 있던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지라도 단체로 여러 곳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조사를 받은 뒤 모두 일본으로 돌아간 상태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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