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동업조합 만들고 집단 소송도
미 프로골프(PGA) 투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캐디들이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 보도했다.
캐디로 일한 지 올해 13년이 됐다는 스티브 캐틀린. 그는 캐디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 열악하다며 지난달 열린 PGA 혼다클래식에서 있었던 일을 가디언에 털어놓았다.
경기 도중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지만 캐디들은 실내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간이 천막 안에서 간신히 비를 피했다. 갤러리들은 캐디들에게 클럽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지만 이는 캐디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자신의 선수가 컷 탈락으로 짐을 싸는 날이나,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캐디가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는 건 금지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 캐디가 자신들의 열악한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동영상은 삽시간에 퍼졌다. 폭우가 내린 다음 날 혼다클래식 조직위원회는 캐디들에게 폭우로부터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야 했다.
캐디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소연했다. 투어 중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따로 쓰는 캐디들은 화장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부족해 손도 씻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음식도 도마에 올랐다. 캐디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영양 불균형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폭우사건에 대해 조직위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던 건 캐디들이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캐디들은 스스로 ‘캐디동업조합’을 만드는 등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 나섰다. 우선 PGA를 상대로 캐디 빕을 착용하는 대가를 지불해달라는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캐디 빕은 캐디들이 입는 조끼로 스폰서 로고가 새겨져 있다. 광고 효과가 상당하지만 캐디들은 이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 한다. 이밖에 캐디들의 건강 보험, 퇴직 연금 제도 등을 PGA측이 도입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디 50%가 건강 보험이 없는 데다, 70%가 퇴직 연금 제도를 적용 받지 못 하고 있다.
한편 프로골퍼들이 자신들의 캐디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면 더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캐디들은 고개를 저었다. 특히 재미동포 나상욱(32)과 일하는 26년차 캐디 케니 함스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며 “캐디들은 독자적으로 싸우길 원한다”고 말했다.
금보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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