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서울 자활지원센터장
사회복귀 훈련 등 실효성 강조
“생계를 위해서라면 성매매 말고 다른 걸 하도록 도와야지 집창촌을 눈 감자는 게 말이 되나요.”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돕고 있는 최정은(49) 서울 자활지원센터장은 9일 열린 성매매 특별법 위헌심판 공개변론을 지켜본 뒤 “정책적으로 자활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결론 없는 말싸움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활지원센터는 성매매를 그만둔 여성들이 직업훈련과 취업 훈련을 하면서 의료ㆍ법률ㆍ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곳으로 전국에 10곳이 설치돼 있다.
최 센터장은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를 위해 집창촌이 존속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탈업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학력이 짧거나 체력이 약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 다시 재유입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실효성 있는 일자리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11년이 지났지만 탈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하는 관련 예산과 시설은 답보상태다. 최 센터장은 “법률 제정 후 관심이 고조돼 지원이 늘어났으나 딱 3년 간 것 같다”며 재유입을 막기엔 턱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에 분포한 성매매 여성 상담ㆍ자활 시설은 91개. 이중 10곳이 자활지원센터다. 자활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절반씩을 보조하는데, 올해 관련 예산은 38억원 정도다. 각 센터는 비즈나 비누공예 같은 수공예품을 만들거나 바리스타 일을 배울 수 있는 공동작업장과 함께 밥집, 찻집 등 가게를 운영해 이곳에서 일 할 기회를 준다. 참여 여성에게 한 달에 60만~90만원의 돈도 지급한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업장은 겉보기에는 일반 가게와 똑 같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최 센터장이 운영하는 서울 자활지원센터 역시 식당과 커피숍, 핸드메이드 공방 등을 두고 있다. 그는 성매매를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구했다고 바로 일반적인 직업인이 될 수 없어 이들의 사회 복귀에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폐쇄된 곳에 머물며 몸과 마음이 다 약해져 있는 상태다. 체력적으로도 직장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말투와 생활습관의 문제가 불거져 취업을 해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해먹고 방을 치우고 출근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일하는 평범한 일상이 어떤 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지원체계를 마련해 성매매 여성들이 필요한 걸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별관리 대상이 아닌 피해여성으로 보고 종합 지원을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 폭력 피해자 등과 연계해 관리하면 더 다양한 직업활동과 심리 치유 방안이 나올 텐데, 워낙 사회적 낙인이 강하고 관련 단체들도 예산이 줄어들까 소극적이라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여성가족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매매 여성 6,031명이 성매매피해상담소를 찾아와 의료지원(2,134명), 법률지원(2,716명), 직업훈련(500명), 진학지원(451명) 등을 받았다. 이중 642명이 취업에 성공하고 226명이 상급학교에 진학했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인원도 562명이나 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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