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and English (문화와 영어)
운전자들이 분노를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저주와 공격의 의미에서 가운데 손가락만 편 채 손등을 상대방에게 내보이는 것이다. 일명 ‘The finger’라고 한다. ‘그 손가락’이라는 뜻이지만 이 제스처를 모르는 서양인은 거의 없고 한국의 도로에서도 곧잘 이 제스처로 운전자들이 분노를 표출한다. 그 이름도 복잡하고 많아 혼란스러운데 ‘the middle finger’ ‘the rude finger’ ‘the one finger salute’ ‘flipping the bird’ ‘shooting the bird’ 등으로 불린다. ‘I gave him the finger’ ‘I gave him the bird’라고 하기도 한다. 제스처의 의미는 ‘Fuck you!’ ‘Go fuck yourself’ ‘Fuck off’인데 거의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그럴싸한 어원이 수십 가지나 된다. 고대 그리스 문화나 로마시대부터 예술 운동 정치 분야에서 경멸과 무시 조롱의 의미로 이 제스처가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기원전 4세기부터 사용되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인류 문화에서 가장 오래된 욕설 제스처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서 곧게 편 중지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고 구부린 나머지 손가락은 고환을 암시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This is a phallus(이게 음경이다! 어떻게 해 볼 셈이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상대가 몰상식하거나 매너 없는 행동을 할 때 이런 태도와 행동을 보인다. 우리말의 ‘X할 놈’ ‘엿먹어라’ 등의 저속한 말과 흡사하다. 이 제스처는 남자가 가운데 손가락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암시한다. ‘Phallic gesture(남근 암시 제스처)’인데 라틴시대에도 가운데 손가락은 ‘저주와 공격 무례의 손가락’이라는 인식이 많았다고 한다. 과거 프랑스군은 영국군을 잡으면 다시는 활을 쏘지 못하도록 엄지와 검지를 잘라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오히려 영국군이 이기자 프랑스군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이며 조롱했다는 일화도 있다. 한편 미국에는 이 제스처가 189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의해 전해졌다고 알려졌다. 흔히 ‘승리의 사인’ V자를 만들 때 검지와 중지로 성원을 보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손등을 보이면 ‘두 배의 저주(double phallus)’가 되고 손바닥을 상대 쪽으로 향하게 하면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상스런 제스처인 게 분명하지만 정치인들도 이를 공개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상당히 많다. Reagan 대통령은 California 주지사 시절 Berkeley에서 반문화운동 참가자들에게 이 제스처를 사용했다. 41대 부통령이었던 Nelson Rockefeller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대하는 군중에게 이 제스처를 사용하여 일명 ‘Rockefeller Gesture’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선거에서 패한 뒤 자리를 뜨며 기자들에게 이 제스처를 쓰는 정치인도 많았다. 이러한 언행은 hate language고 증오와 분노가 도로상에서 road rage로 표출될 때는 더욱 위험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