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있어서 행복하겠다. 북유럽 네 나라,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의 도서관 탐방기인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도서관’을 읽으면 일단 부럽다. 철저히 이용자에 맞춘 사람 중심의 공간, 덕분에 내 집처럼 편안한 곳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미래를 가꿔가는 곳, 자유ㆍ평등을 몸으로 익혀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요람이자 아름다운 삶으로 연결하는 곳이 이 나라들의 도서관이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시험 공부하거나 책 읽는 풍경이 거의 대부분인 한국의 도서관을 떠올리면 부럽다 못해 한숨까지 나온다. 그 나라들이야 부유한 복지선진국이니까 그렇지, 라는 말은 변명이 안될 것 같다. 돈이 있다고 꼭 좋은 도서관이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 문제는 철학이다.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이 2011년 겨울 북유럽 네 나라를 돌아보고 와서 쓴 책이다. 책과 도서관을 중심으로 학교와 문화도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도서관이 꽤 많다.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도서관, 핀란드 헬싱키의 도심에 자리잡은 어반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어반 오피스, ‘도시 사무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작업장이다. 종이 책 대신 컴퓨터와 무선 인터넷, 3D 프린터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사서 대신 기술자가 이용자들을 돕는다. 이런 곳도 도서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탐방단이 던진 질문에 어반 오피스 직원은 “도서관은 예로부터 새로운 문명이 모아지는 공간이므로 이 곳은 새로운 도서관의 모습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도서관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며 “단순히 정보를 나누고 책을 읽는 공간을 뛰어넘어 ‘함께’ 좀 더 나은 ‘미래사회’를 위해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이와 같은 신개념 도서관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에 맞추기 때문에 가능하다. 고정된 형태나 운영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늘 움직이는 ‘동사형’ 도서관이 이들 북유럽 도서관의 공통 특징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복합문화공간인 쿨트후셋도 그 중 하나다. 5개의 도서관과 전시장, 극장, 영화관으로 이뤄진 시설이다. 미술 전문 도서관, 만화ㆍ영화ㆍ음악 전문 도서관, 청소년 도서관, 10~13세 아이들만을 위한 도서관 티오 트레톤, 어린이도서관에 그 안에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티오 트레톤이다. 이 곳은 10~13세가 아니면 출입금지다. 아이들이 어른들 눈길을 피해 마음껏 자신들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서가, 주방, 침대 겸용의 편안한 소파, 컴퓨터가 있는 스튜디오, 프린팅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요리책을 찾게 되고 결국 책과 독서로 돌아온다.
전체 3부 중 1부는 도서관, 2부는 학교 이야기다. 3부 문화 편은 서점 등 독서 관련 공간을 소개한다. 사진을 많이 실었다. 하나같이 부럽고 배우고 싶은 사례들이어서 정책 담당자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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