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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션, 유행 빠르고 아이디어도 재밌어요

입력
2015.04.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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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착한 외국인ㆍ새터민 새내기

"한국은 보여주기 위해 명품 선호, 보상 없는 열정페이는 이해 안 돼"

FnC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인턴 사원인 사라 펀치 장(왼쪽부터), 헤디에 샤포이, 마리앙 앤느, 차수아가 서울 이태원동 래코드 매장 코너에서 재활용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차수아씨는 아직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사진에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FnC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인턴 사원인 사라 펀치 장(왼쪽부터), 헤디에 샤포이, 마리앙 앤느, 차수아가 서울 이태원동 래코드 매장 코너에서 재활용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차수아씨는 아직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사진에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한국 패션에 푹 빠진 우리, 비정상인가요?”

차수아(가명·새터민·26), 마리앙 앤느(프랑스·23), 헤디에 샤포이(이란·29), 사라 펀치 장(노르웨이·26)은 재고 의류를 해체하고 재조립해 만드는 FnC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인턴 사원들이다. 한류 등에 매력을 느끼고 한국에 정착해 패션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이 새내기들에게서 한국의 패션산업과 고가 브랜드 열풍, 열정 페이 등에 대한 감상을 솔직하게 들었다.

“파리 놔두고 한국 패션산업 찾았다”

프랑스에서 패션학교를 다녔고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마리앙. 워낙 케이팝과 한국 패션에 관심이 많아 한국어도 공부했던 그는 래코드 인턴을 했던 프랑스 친구에게서 추천을 받고 이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마리앙은 “한국 패션 가운데서도 한국 남성복에 관심이 있는데 트렌드 변화 주기도 빠르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며 “특히 남성복 디자이너 준지의 팬이다”고 했다. 마리앙이 만든 래코드 제품은 조만간 홍콩에도 수출될 예정이다.

5년 전 서울대에서 환경학을 공부한 후 독일 베를린으로 가 자신의 브랜드까지 론칭했다가 지난 1월 한국을 다시 찾은 헤디에도 “5년 전만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 하이힐을 신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거나 스타일이 별로라는 평가였지만 이제 많이 변한 것 같다”며 “정장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등 스타일이 좋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고의류나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을 기초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아이디어”라며 “5월에는 반려동물 주인 옷으로 반려동물의 옷을 만들어주는 페넥트(펫앤커넥트) 캠페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고가 브랜드 지나치게 선호

사라는 노르웨이에서 함께 무대 공연 공부도 하고 작업도 같이했던 한국인 친구에게서 래코드를 소개받고 한국을 찾아 1주일 전부터 근무하고 있다. 그는 “노르웨이도 고가 브랜드 가방을 좋아하고 구매한다”며 “하지만 남에게 잘 보이려는 게 아니라 그 가방이 좋아서 인데 한국은 브랜드를 통해 나를 보여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사라의 눈에 띈 것은 지하철 속 여성들의 하이힐. 그는 “지하철을 탈 때 하이힐을 신는 게 불편할 텐데 다른 나라와는 다른 풍경이라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6년 전 북한에서 온 차수아는 한국에서 K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코오롱에서 새터민 인턴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래코드 브랜드에는 미혼모 지적장애인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고 이들을 위한 제품들을 만들자는 의지도 담겨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에서도 브랜드를 입음으로써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경쟁심도 치열하고 남이 하면 나도 따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남북이공통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슨 브랜드를 입는 지로 판단하지 않는다.”(헤디에) “한국 사람들 자체가 소비를 많이 한다. 프랑스에서는 브랜드에 관계없이 먼저 값을 본다. 프랑스 고가 브랜드를 사는 사람들은 한국 중국 중동 관광객들이다.”(마리앙)

FnC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인턴 사원인 마리앙 앤느(왼쪽부터 시계방향), 차수아, 사라 펀치 장, 헤디에 샤포이가 서울 이태원동 래코드 매장 코너에서 재활용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차수아씨는 아직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사진에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FnC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의 인턴 사원인 마리앙 앤느(왼쪽부터 시계방향), 차수아, 사라 펀치 장, 헤디에 샤포이가 서울 이태원동 래코드 매장 코너에서 재활용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차수아씨는 아직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사진에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한국식 ‘열정페이’에 다수가 부정적

마리앙은 “파리에서도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라며 “돈을 받지 않는 게 바람직하진 않지만 선택권이 없다”고 한국과 비슷한 사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인턴 활동을 마치면 정식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거나, 인맥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3명은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문화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사라는 “디자이너나 패션기업들이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아예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노르웨이에서는 흔한 경우는 아니다”며 “하지만 네트워크를 쌓는 측면이 있다는 마리앙의 얘기를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헤디에는 “인턴을 하면서 얼마나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했는데 대형, 유명 브랜드의 노예로 활동할 필요가 없다”며 “그래서인지 베를린에서는 대부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하지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차수아는 “예전에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정말 차비만 주더라. 우리가 초보라고 해도 노는 게 아니고 일을 하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라고 해도 열정페이는 하기 싫다. 앞으로는 배우는 것도 좋지만 월급 주는 데서 배우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차수아(왼쪽부터), 헤디에, 마리앙, 사라
차수아(왼쪽부터), 헤디에, 마리앙,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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