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제재 일괄해제"…미 국무부 "조건 맞아야 단계적 해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디테일(세부사항)의 악마'가 결국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경제제재의 일괄 해제가 합의 내용이라고 말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제재 해제가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데 따른 전망이다.
제프 래스키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대행은 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최종 도출된 공동의 포괄 행동계획에 따라 이란 측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검증이 이뤄졌을 때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재의 중단이나 완화 절차는 이란이 중요한 절차를 완료하고 브레이크아웃 타임이 적어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난 뒤에야 시작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핵무기를 만들기로 다시 결심한 시점부터 필요한 핵물질을 확보하기까지의 시간을 뜻한다.
래스키 부대변인 대행의 발언 내용은 같은 날 나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제재 해제에 대한 발언과 여전히 차이를 보였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모든 제재는 협상이 성사되면 제거돼야 한다"며 "제재 해제가 다른 과정의 이행에 달렸다면 이란은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 핵협상 타결 발표 직후 발표한 참고자료 '팩트시트'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거친 뒤에야 유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에 대해서도 "대부분이 합의와 반대되는 내용"이라며 "미국은 언제나 약속을 깨고 속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공개된 미국 NPR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세부 사항들이 있다"며 "악마는 디테일 안에 있고, 우리는 앞으로 두세 달 동안 매우 힘든 협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협상 타결 발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냈음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오바마 대통령의 움직임이야말로 협상이 제대로 이뤄졌음을 방증한다'는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전날 오바마 대통령은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핵 합의 진전을 위한 의회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코커 위원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물론, 협상 참여국 중 한 곳인 프랑스의 '팩트시트' 내용도 미국이나 이란에서 발표한 것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 BPC는 프랑스의 발표 내용 중 이란의 개량형 원심분리기 사용에 대한 부분에 '이란은 12년 뒤에 'IR-2'와 'IR-4'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다'는 대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미국은 물론 이란에서 발표한 내용에도 없는 부분이다.
BPC의 블레이즈 미츠탈 외교담당 분석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만 (발표된 협상 내용이) 다르다면 협상을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프랑스의 발표 내용도 다른 점은 (협상에) 성급한 부분이 있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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